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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창섭의 간판속세상] 거친 붓 자국의 매력

등록 2009-12-02 18:06

서울 마포 홍대앞 ‘닭 드디어 날다’
서울 마포 홍대앞 ‘닭 드디어 날다’
얇은 철판을 오려서 만든 닭의 이미지와 말풍선은 오목한 원판 위에 입체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만화적으로 표현된 눈 큰 닭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프라이팬을 타고 깃털을 흩날리면서 날아가고 있는 닭은 “닭 드디어 날다!”라고 외치고 있다. 닭의 이미지와 말풍선 속 붓으로 쓴 글씨는 사람 냄새를 풍긴다. 자신을 부여잡은 이의 상상력에 이끌려 붓은 거칠게 전후좌우로 움직였을 것이다. 표면의 마찰력을 뚫고 지나간 그 자리에 남은 고유한 흔적들! 그 거친 흔적들은 기계의 세련되고 차가운 몸놀림이 만들어 낸 여타의 도심 속 간판들과 다른 이 간판만의 고유한 매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련된 것들이 만연할 때에는 오히려 투박하고 거친 것들이 우리 마음을 끄는 것 같다.

오창섭 건국대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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