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애 사람팀장
“그는 왜 그리 ‘물’을 좋아하는 걸까?” “그게 ‘불’을 두려워해서래!” 며칠 전 대학생들과 밥을 먹는 자리에서 흥미로운 대화가 오갔다. 국정감사가 한창인 요즘 언론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쟁점의 하나인 ‘4대강 사업’ 얘기였다. 대선 후보 때 이미 국민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스스로 폐기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을 이름만 바꾼 채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 ‘배경’을 두고 세간에 떠도는 풍문이란다. 그 해설은 이렇다. ‘애초 토목전문가로 출세한 그는 한마디로 물로 떴다. 서울시장 시절 추진한 청계천 복원 사업이 대선가도의 디딤돌이 됐으니까. 반대로 불과는 악연이 많다. 우선 지난해 대통령 취임 직전 설연휴 때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 무너져내려 ‘불길한 예감’을 안겼다. 취임 두 달 만에 전국으로 번진 ‘촛불 시위’의 충격은 새삼 덧붙일 필요도 없겠다. 올 1월에는 무리한 재개발사업에 항의농성 중이던 철거민 5명이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역시 불에 타 숨지는 ‘용산 참사’가 터졌다. 이 사건은 새 총리의 호기로운 다짐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그의 ‘아킬레스건’이 돼 있다. 이 우연찮은 물과 불의 역학관계가 그럴싸하다는 반응들이 나오니, 감초처럼 사주풀이가 뒤따른다. 그는 강한 ‘불 기운’을 타고나서 같은 불을 건드리면 폭발할 위험이 크니 ‘물’로 화기를 다스려야 한다나 어쩐다나. 이런 믿거나 말거나 식 풍문이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까지 화제가 된 것은 그만큼 ‘4대강 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반증하는 셈이다. 온갖 편법·탈법·불법 논란을 무시한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그 집착의 이유’를 어떻게든 이해해보려는 일반 국민들의 안타까운 심정마저 엿보인다. 애초 13조8000억원으로 발표됐던 4대강 사업 예산은 몇 달 새 22조2000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나랏돈이 크게 모자란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중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억지로 떠안겨 놓았다. 예산 편성 절차는 물론 국회 심의도 안중에 없다. 누구보다 깐깐하게 개발의 타당성과 환경 폐해를 살펴야 할 환경부 장관은 ‘녹색성장 사업’이라며 홍보 전도사로 나섰고, 당연히 해야 할 문화재 조사의 주무 장관은 ‘묻지마 충성맨’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일사천리다. 날마다 쏟아지고 있는 문제점이나 비판 여론을 다 나열하기엔 입이 아플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하려는 것일까. 답은 누리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부동산 책 광고 문안 속에 명쾌하게 나와 있었다. 4대강 사업과 경인 운하 프로젝트를 부동산 투자와 접목시켰다는 이 책은 4대강에 ‘부가 흐른다’고, ‘돈이 보인다’고 친절하게 일러주고 있다. 그렇다. 바로 돈이다. 그의 절대적인 지지 기반이라 할 ‘토목 마피아’들의 언어로는 ‘떡고물’이라고 하던가. 그러고 보니 수년 전 영동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태풍 ‘루사’의 복구현장 취재 때 토목기사들이 이미 알려준 공공연한 비밀이다. “왜 이렇게 마구잡이로 파헤치냐구요? 솔직히 그래야 내년에 또 일감이 생기죠.” 그들은 이런 ‘천기누설’도 했다. “물길의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 걸쳐 놓은 섶다리는 큰 수해에도 떠내려가지 않지만 물길을 함부로 돌려서 세운 수억원짜리 철교는 해마다 망가져요.” 이번 주말 정기공연에서 ‘한겨레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들려줄 노랫말에도 ‘천기’가 담겨 있다. ‘냇물아 흘러 흘러 강으로 가거라~, 강물아 흘러 흘러 바다로 가거라~. 흐린 물줄기 이따금 만나거든 피하지 말고 뒤엉켜 가거라~. 힘을 내거라!’ 김경애 사람팀장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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