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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과경제] 개각과 신임 총리의 조건 / 전성인

등록 2009-08-26 21:18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개각이 가을 하늘만큼이나 성큼 다가왔다.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총리를 포함하는 상당폭의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그리고 ‘통합’ 차원에서 충청이나 호남권 인사의 등용도 거론되고 있다.

비영남권 인사의 등용이 ‘통합’을 의도하는 것인지 ‘분열’을 도모하려는 것인지는 보기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이번 개각은 만에 하나라도 이런 정치적인 셈법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이번 개각은 그동안의 국정 난맥상을 정리하고 조금 더 ‘나라다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다는 마음으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총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대통령중심제라고 해도 총리가 주는 무게감과 인상은 정권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총리가 되어야 하는가. 먼저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는 사람이어야 한다.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통과해야만 한다. 그런데 흠결이 있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할 경우 야당과 언론의 반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한나라당이 지난번 미디어법 날치기 파동처럼 또다시 날치기를 감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설사 날치기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그런 총리가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무난한 임명동의는 총리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다.

둘째, 새로운 총리 후보는 대통령에게 ‘안 됩니다’를 분명하게 진언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지 이제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많은 정책을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했다. 그중에 어떤 것이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명백하게 실패한 것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졸속으로 추진했던 정부조직 개편이 그것이고, 법원에서 심심치 않게 무죄판결이 나오는 촛불시위자에 대한 무리한 사법처리가 그것이다.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도 정권 초기의 환율정책 실패, 무리한 감세정책의 추진과 그에 따른 재정적자 누증 등,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이제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책이 도처에 산적해 있다. 금산분리 완화 정책만 해도 한때는 금산분리 완화가 시대적 대세라고 떠들더니 오바마 대통령이 금산분리를 강화하겠다고 하니까 이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런 일이 우후죽순으로 터져 나오는 근본 이유는 대통령에게 ‘안 됩니다’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임무는 원칙적으로 측근 참모의 일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상황으로 보건대 측근 참모에게 이를 기대하기보다는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이 더 쉬워 보인다. 그렇기에 총리밖에 그런 일을 해줄 사람이 없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올바른 가치관이다. 총리는 구체적인 정책을 입안하고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것은 장관의 몫이다. 총리가 해야 할 일은 여러 정책을 종합하고 그것 사이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리의 식견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 잘사는 사회와 공평한 사회를 조화시킬 수 있는 균형감각,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분을 모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위의 조건을 갖춘 사람이 무엇이 아쉬워서 이명박 정부에서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이런 분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이 대통령이 국민을 얄팍한 정치적 속셈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가지고 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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