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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와이에스와 엠비, ‘불통 닮은꼴’ / 박창식

등록 2009-07-30 21:42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
1997년 1월7일 김영삼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 나섰다. 10여일 전인 12월26일 여당인 신한국당이 국회에서 노동법·안기부법을 날치기한 데 맞서 노동계가 총파업을 벌이는 등 여론이 격앙된 때였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개정 노동법이 악법도 아니고, 선진국형”이라고 강변했다. 왜 ‘선진국형’인지에 대해선 일언반구 설명이 없었다. 그는 이어 “43년 동안 경제 규모가 몇 백 배 커졌는데 노동법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 “43년 전 옷을 입으라고 해서 그대로 입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진국 어느 나라에 노동쟁의가 있는가”라고도 반문했다. 모두 사실과 달랐다. 게다가 진지하지도 않은 ‘뭉개버리기’ 식 답변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언론관련법 강행 처리 직후인 지난 27일, 라디오 대담에 나섰다. 그는 “한국이 도대체 방송미디어법을,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세계는 이미 다 하고 있는데, 새로운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저렇게 하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여론 다양성을 위해 이번에 강행 처리된 언론관련법보다 훨씬 강도 높게 신문·방송 겸영을 규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 국회가 합의를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더 늦출 수 없는 현실”이라고도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70%가 언론관련법 강행 처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여론은 아예 무시한다. 아수라장 충돌 끝에 대리투표, 재투표 무효 논란마저 벌어지고 있는데도 최소한의 유감 표시도 없다.

두 사람의 화법은 너무나 닮았다. 아마 이런 심리가 작용했을 법하다. 조금이라도 인정하고 나섰다가는 말꼬리를 잡혀서 더 큰 탈이 날 것이다, 그러니 눈 딱 감고 깡그리 무시하면서 밀고나가자. 소나기만 피하면 되고, 시간이 약이 될 것이고 …. 실제로 여권 고위 관계자들은 말한다. “여론이 일시적으로 나쁘리라는 건 우리도 안다. 그러나 이게 쇠고기 협상 때처럼 국민 생활과 직결된 것도 아니고 ….”

그러다보니 정권과 야당·시민사회 사이에는 소통이 되기 어렵다. 1997년에 그랬다. 김영삼 대통령은 야권이 제의한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만나서 문제를 해결할 특별한 길이 없다”고 잘랐다. 이어 노동계 총파업에다가 각계 인사 시국선언, 화이트칼라들의 거리집회 등이 점점 격렬해지던 끝에, 결국 정권이 무릎을 꿇기에 이르렀다. 국회는 1997년 3월11일 문제의 노동법을 재개정했다.

‘불통 징후’는 되풀이되어 나타난다. 이명박 정권은 야당 대표가 영수회담을 요구하며 항의 단식을 하든 의원직을 내던지든, 꿈쩍도 하지 않는다. 2003년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측근 비리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가자, 문희상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방문해 “다른 방식으로 풀자”며 단식 중단을 권고했다. 이번 정세균 민주당 대표 단식에,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억지를 관철시키려고 밥을 거르는 어린아이 같은 투정”이라고 조롱했다.

이번에 이 대통령은 국민들의 이해를 넓히겠다며 기존 라디오 연설 방식을, <한국방송> 앵커와 마주 앉는 ‘대담’ 형식으로 바꿨다. 야당한테 반론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라디오 연설·대담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그러나 기왕에 한다면 툭 터놓고 인정할 문제점은 정직하게 인정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고집에 갇혀, ‘뭉개버리기’로 일관했다. 동의 형성은 난망하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무거워지게 되어 있다.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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