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미디어관련법과 함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날치기 처리된 후 이 법이 삼성특혜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간간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 무관설을 펴는 사람들의 논지는 대략 두 가지이다.
첫째 논지는 이번에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이 보험회사가 일반 기업을 직접 지배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이들에 의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삼성생명이 비은행 금융지주회사 체계 내에 편입되더라도 삼성전자를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둘 수 없기 때문에 이 법은 삼성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논리는 순진무구한 점에서는 괄목할 만하지만 별로 현실 적용성이 없다. 왜냐하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회사들은 기존 법인을 이리 쪼개고 저리 합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법인을 쪼갤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이 마법처럼 되살아나기 때문에 큰돈 들이지 않고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기업일수록 기존 법인을 이리저리 쪼개고 합쳐야 한다. 삼성의 경우에도 만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려 한다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다른 법인으로 이관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것이 첫째 논지가 잘못된 이유이다.
둘째 논지는 훨씬 더 정교하다. 이 논지의 핵심은 삼성생명은 평범한 주식회사가 아니라 상호회사적 속성을 가진 보험회사이므로 유배당 계약자를 배려하지 않은 채 삼성전자 주식을 주주 맘대로 다른 회사로 이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사 이 주식을 계열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더라도 그 매각 이익의 상당 부분은 유배당 계약자에게 점진적으로 현금 배당 해야 하므로 금전적 부담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매우 사려 깊은 주장이지만 너무 양심적인 주장이다. 그동안 세 차례에 걸친 생명보험회사의 상장 논의를 돌이켜보면 과연 삼성생명의 전자 주식 처리를 두고 유배당 계약자의 권익과 상호회사적 속성이 얼마나 잘 준수될 것인지 의문이 앞서기 때문이다. 아마도 십중팔구는 생명보험회사는 경제적·법적으로 완전한 주식회사이고 유배당 계약자는 채권자에 불과하다는 부당한 논리가 득세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주식은 이를 다른 법인으로 이관하더라도 삼성생명이 그 주식의 매각이익에 대한 청구권만 적당히 확보하는 형태로 처리하여 문제를 덮어 버릴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런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따라서 주도면밀한 계산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번 금융지주회사법은 삼성이 원할 경우 이 귀중한 시간까지 확보해 주었다. 주지하듯이 삼성은 금산법 제24조를 위반하고 있고 이에 따라 2007년에 개정된 금산법의 부칙 조항에 의해 지난 4월 말부터 전자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일부 제한받고 있고, 에버랜드 주식은 2012년까지 일부를 의무적으로 팔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금융지주회사법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만 승인받으면 최장 7년 동안 금산법 제24조의 적용을 배제해 주는 것이다. 즉 이 법은 종착역과 경과 조처 모든 면에서 삼성에는 매우 귀중한 혜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된 이후 이 법이 삼성특혜법이라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감독기관과 삼성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삼성이 정말로 억울하다면 이를 입증할 방법이 딱 하나 있다. 그것은 금산법 부칙에 의해 삼성이 2012년까지 매각해야 하는 에버랜드 주식에 대한 매각 계획을 공개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부칙은 삼성이 꼭 지켜야 하는 것이고 이를 회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번에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이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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