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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워싱턴에서] 국회의원보다는 미 연방의원을 / 류재훈

등록 2009-07-13 21:30수정 2009-09-14 15:49

류재훈 특파원
류재훈 특파원
3년 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했을 당시, 미국 내 한인 정치력 신장은 한인 동포들의 숙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임기를 마치는 이 시점에도 이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많은 한인 1.5세들이 백악관이나 정부 요직에 진출했다. 많은 한인들이 올가을 선거직에 도전하는 등 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명뿐이던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은 오래전에 비리 추문 속에 퇴출됐고, 이후 한국계는 연방 상·하원에 진출하지 못했다.

대성할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던 뉴저지주 에디슨시의 최준희 시장은 전형적인 보수 백인들의 오해와 편견의 벽을 깨지 못하고 지난달 당내 경선에서 604표 차로 아깝게 탈락했다. 텃세가 심한 민주당 내 구정치세력에 맞서 개혁을 추진했던 최 시장의 실패에는 한인들의 ‘뒷다리 걸기’도 한몫했다. 한인을 고위직에 기용하거나 한인을 위해 한 일도 없으면서 정치자금만 챙긴다는 일부 동포언론들의 헐뜯기도 그중 하나였다. 그런 비판은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이용됐다. 3명의 한인 후보가 출마한 뉴욕 플러싱의 시의원 선거에선 한인 후보들끼리 한 후보의 전력을 들어 때아닌 색깔공방을 벌이며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선거구에는 한인 후보 말고도 중국계와 유대계, 그리스계 등 6명의 다른 민족 후보들도 경쟁하고 있다.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과 현지화에 역행하는 이런 움직임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재외국민 투표법이 통과된 것을 계기로 미국 동포들 사이엔 이보다 더 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동포사회 내부의 한국 정치 지향 인사들과 한국 내 정당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동포사회의 이합집산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워싱턴 지역에선 ‘워싱턴 한나라포럼’이라는 한나라당 지지 단체가 공식 출범했다. 여야는 해외 후원조직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국 각지에서 비슷한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2012년 첫 선거철을 앞두고 내년에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한인 동포가 200만명이 넘는다는 부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미국 동포 출신 비례대표 의원을 1~3명까지 보장해야 한다는 얘기들도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비례대표의 발판으로 여겨지는 한인회장 선거가 여야와 기관들의 입김까지 작용하면서 더욱 혼탁한 감투싸움이 될 것은 눈에 보듯 뻔하다. 당선무효 소송과 가처분신청 등이 미국 법원에 줄을 이을 것으로 우려된다. 선거법 위반 처벌 문제가 한-미간 사법 현안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 투표소를 마련해야 할 대사관과 총영사관에선 선거 준비에 대한 고민은 없고, 국내 정치세력들을 등에 업은 동포단체 상전들을 어떻게 모셔야 할지 모르겠다고 벌써부터 걱정이다.

36년 만의 재외동포 참정권 회복이 동포들의 오랜 숙원을 해결해 준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정작 많은 동포들은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후진적 한국 정치의 파당적 병폐가 한인사회를 휘저어 놓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 동포는 사업상 영주권이 편해 시민권을 받지 않은 덕분에 투표를 할 수 있게 됐지만, 투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한다. 20년 넘게 이민생활을 하는 동안 동포사회의 10%도 안 되는 동포단체 정치꾼들의 꼴불견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란다. 대한민국 국회의 비례대표 의원보다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한인 동포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한국계 미국 의회 의원들을 보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류재훈 특파원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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