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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프리즘] 시야를 넓혀 세력복원 나설 때 / 박창식

등록 2009-06-18 21:57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 열기를 타고 그런대로 잘나가던 민주당의 활력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30%대로 치솟았던 민주당 지지율은 20% 중반으로 일단 내려앉았다. 정부·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으니 20% 중반은 유지할지, 아니면 존재감도 없던 10~15% 수준으로 되돌아갈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의 활력이 주춤하는 것은 역시 뒷심 부족 때문이다. 정치세력과 지지기반이 균열, 실종되어 있으며 인물군도 없다는 ‘본색’은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정세균 대표도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범민주 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제시함으로써 정치세력 복원·확대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제는 대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과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전 장관을 비롯한 이른바 친노세력의 정치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30%)에 이어 차기 대선주자 2위(16.1%, 3위는 정동영 의원으로 9.7%)로 조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과의 재결합 방안을 지도부 인사들한테 물어보면 고작 “당사자들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기다려 보고…” “개방적 태도를 유지하되 당 안팎의 신중한 논의를 거쳐서…”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당을 환골탈태시키기보다는, 민주당의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몇몇 사람을 입당시키는 선에 머물겠다는 기득권 발상이 읽힌다. 대통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사실 지금의 민주당은 일부지역 위주로 당세가 매우 위축되어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 총선 때 민주당은 영남권 68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41곳에 공천자를 내지 못했다. 평민당, 신민당,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어느 시절과 비교해도 미흡한 양상이었다. 또한 총선 과정에서 젊고 개혁적인 의원들이 다수 낙선해, 의원단 면면도 고령화, 보수화됐다. 지난 1년간 민주당이 이명박 정부한테 실망하고 돌아서는 민심을 선도하기보다는, 앞서가는 민심을 뒤쫓는 데 급급했던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요컨대 지금의 민주당에 지키고 유지할 만한 것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민주당 사람들은 우선 친노세력과의 화해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대선과 총선을 전후해 노무현 정부 평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던 끝에, 당을 떠났다. 그 결과 민주당은 세력의 한 축이 흔들렸고, 특히 영남권에선 내년 지방선거 공천자를 구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이런 식의 반쪽 기반으로는 2012년까지의 정치 일정에 대처하기 어렵다. 인물군 보강 차원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의 영입도 거론된다. 10월 재보궐선거, 내년 지방선거라는 계기가 있으니 지금이 고민을 시작할 적기라고 한다. 정동영, 신건, 강운태 의원 등 몇몇 호남 무소속 국회의원의 복당도 이런 큰 틀에서 함께 처리하자는 견해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이 제시하는 방법으로는 몇몇 사람들의 입당조차 될 것 같지 않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져 만들어준 기회를 헛되이 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민주당 사람들은 눈을 좀더 크게 뜨고, 발상을 바꿔보는 게 좋겠다.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도 좋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최근 “자기를 버리면서 (큰 틀로) 연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정세균 대표한테 조언했다고 한다.

박창식 정치부문 선임기자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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