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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정인칼럼] 3차 북한 핵위기, 파국 피해야

등록 2009-06-14 21:13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핵 문제가 3차 위기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응징조치로서 무기금수 및 수출 통제, 화물검색, 금융·경제 제재를 포함하는 결의안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한 강력한 결의안이다. 미국과 일본은 독자적인 추가 제재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고립, 봉쇄의 전방위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거세다. 1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북한은 이 결의안을 “불법무도한 강권행위”이자 “반공화국 압살책동”으로 규정하고, 우라늄 농축 작업의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그리고 봉쇄 행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란 강수로 맞서고 있다. 이 출구 없는 ‘치킨 게임’의 무모한 전개에서 카산드라의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북이 유엔의 요구를 수용하고 6자회담에 복귀해, 9·19 성명과 2·13 합의에 따른 핵폐기를 이행한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다. 그러나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국가가 외압에 굴복해 핵을 포기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구나 2012년 강성대국 건설, 선군정치의 기조 유지, 그리고 안정적 후계구도 구축 등 북의 국내정치적 여건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때문에 첨예한 대결구도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은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하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공세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김태영 합참의장은 “지상은 물론 공중, 해상에서 동시에 타격”을 가하는 입체전이 그 요체라고 밝히고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아예 “싸움 났다 보고 말고 이겼다고 보고하라”는 지침을 일선 지휘관들에게 하달했다. 이번에는 확전을 우려한 소극적 대응을 넘어 진검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다른 하나는 북의 핵위협에 대한 억지력 확보다. 정부는 내일 있을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확장적 억지’(extended deterrence) 개념을 공동성명에 명문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차제에 한국도 핵주권을 가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2014년 개정 예정인 한-미 원자력협정에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후행주기 허용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두 가지 대안 모두 불안해 보인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은 좋으나 북한과의 군사충돌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공세적 타격을 한다고 기죽을 북이 아니지 않은가. 북한 군부에는 개방되고 풍요로운 우리 사회가 지극히 취약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가령 우리의 공세적 타격에 대한 반격으로 북이 인명살상 가능성이 희박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 단거리 미사일 2~3발을 발사한다고 가정해보자. 우리의 대규모 반격 명분을 약화시키면서 한국 경제를 일순에 마비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핵우산의 명문화도 남한 내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자기들 핵무기 폐기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북의 술수에 말려드는 꼴이 된다. 그리고 핵억지를 위한 핵주권 회복 주장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시켜주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핵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뿐이다.

6·15 공동선언 9돌이 되는 오늘, 한반도의 안보 지형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다. 정부는 아무쪼록 전쟁을 두려워하고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전쟁에서의 승리보다는 전쟁의 예방에 역점을 둘 때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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