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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과경제] 전교조 죽이기와 살리기 / 김기원

등록 2009-04-22 21:44

김기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
김기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
삶과경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개혁 후보가 승리했다. 참으로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듯하다. 그런데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완 달리 이번엔 전교조가 뒤로 빠져 있었다. 법률적 고려도 있었겠지만 전교조가 공공연하게 지지하면 득표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수구 정권이 재벌과의 유착을 숨기듯이 개혁 후보도 전교조의 지지를 자랑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꽤 많은 국민들이 전교조에 대해 별로 탐탁잖게 생각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엔 물론 거대 수구 신문들의 ‘전교조 죽이기’가 크게 작용했다. 전교조가 ‘빨갱이 교육’을 한다든가, 전교조 교사는 아이들을 공부시키지 않고 놀리기만 한다면서 국민을 세뇌해왔다. 그러나 그 탓만은 아니다. 근래 전교조 노선에도 문제가 있었다. <학교 개조론> 등을 집필한 이기정 교사 말대로 ‘신자유주의 교육 반대’라는 돈키호테식 목표 아래 ‘네이스 반대’ 따위의 헛발질을 계속하고 마침내 ‘교원평가 반대’로 국민과 등을 돌리는 과오까지 범했다.

하지만 전교조는 헝클어진 학교 교육에 대한 책임이 제일 작은 집단이다. 정권, 교육 관료, 언론의 책임이 훨씬 크다. 교육 현장을 바로잡으려고 온갖 희생을 무릅써온 게 전교조다. 전교조 설립 당시엔 1500여명이 해직당했고, 최근엔 학생과 학부모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줬다가 여러 명이 또 쫓겨났다. 전교조 활동을 위해 승진상의 불이익도 감수한다. 그냥 편하게 살 수 있는데도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집단이 어디 또 있는가.

전교조에 돌 던지는 사람은 알아야 한다. 전교조의 희생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그래도 전교조에 더 많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런 전교조를 살려야 우리 교육이 살고 나라가 산다. 전교조의 앞날에 대해선 소속 교사들이 가장 절실하게 고민하고 있을 터이다. 그러나 참고삼아 몇 가지 바라는 바를 제시해보고 싶다.

첫째로 진보파의 고질병인 ‘신자유주의 타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도한 점수 경쟁이나 억압 교육은 개발독재의 유산이지 신자유주의 병폐가 아니다. 그리고 인성 개발을 도외시한 학력(성적) 만능주의는 배격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학력 신장 자체를 신자유주의라면서 무시해선 곤란하다. 시장 만능주의와 달리 시장의 긍정적 효과는 인정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학력도 암기력보다는 창의력에 중점을 두는 게 선진화다.

둘째로 촌지 사절처럼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로부터 성과급은 받더라도 학생들로부터 받은 보충수업비는 전교조 차원에서 모아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건 어떨까. 그리고 불필요한 교육청 지시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사무직원을 늘려 교사가 교육에 몰두할 수 있게끔 하는 운동을 벌이면 다른 교사들의 호응도 얻을 것이다. 정부의 쓸데없는 토건 사업비 중 일부만 돌리면 가능한 일이다.

셋째로 교원평가에 대해선 수세적 자세가 아니라 “교원평가 제대로 한번 해보자”라고 적극적 자세를 천명해야 한다. 교장에 의한 기존의 관료적 평가보다 학생과 학부모도 참여하는 평가가 더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또 이미 상당수 조합원과 일부 전교조 지부는 새로운 교원평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적어도 전교조의 참교육 정신엔 공감하는 국민이 적지 않기에 개혁 후보가 경기도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초기의 자세로 돌아가 방향을 올바로 세우면 전교조는 국민에게 다시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과 나라의 미래가 밝아진다. 전교조 내부의 반성과 생산적 토론을 기대한다.


김기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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