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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삶과 경제] 모두에게 사회보험 적용을 / 우종원

등록 2009-02-18 19:56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경제학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경제학
삶과 경제
요 며칠 중국 연안지역 ㅇ시, ㄴ시를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기업을 조사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과 중국 토종 기업이 주된 대상이다. 조사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사실의 하나는 한국계와 중국계의 보수체계가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계 기업은 거의 전부가 생산직 사원에게 도급제 임금을 실시하고 있다. 한 개 만들면 얼마라는 식이다. 도급제는 생산에 대한 금전적 자극을 극대화한다. 실제 사업장 곳곳에서 한국보다 더 “빨리빨리”가 생겨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연히 품질 문제를 야기한다. 그런데 중국 기업의 놀라운 점은 불량을 낸 근로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재료비를 포함해 손실의 상당 부분을 임금에서 공제함으로써 근로자가 불량품을 양산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계 기업은 전반적으로 고정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도급제가 인센티브가 강한 데도 왜 중국계처럼 이를 도입하지 않는지 물어보았다. “회사의 품격이 있지 않습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 문제의 핵심은 품격이다.

도급제는 생산 변동의 리스크를 근로자에게 전가한다. 일이 많을 때는 수입이 늘어나 좋다고 쳐도 일이 줄어들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더구나 품질 책임까지 근로자에게 떠맡기는 것은 합리적 경영관리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 사회가 선진화하기까지 걸어야 할 길은 가깝지 않다 하겠다.

우리는 어떤가. 확실히 중국보다 기업은 선진화되어 있다. 하지만 다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사회의 품격이다. 농촌에서 올라온 농민공들을 제외하면 중국 근로자들은 일단 사회보험에는 상당한 정도로 가입되어 있다. 우리 현지 기업들이 중국 근로자들의 보험료를 착실히 부담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3분의 2가 사회보험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실직이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비정규직의 3분의 1만이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고, 그마저 수급자격 제한 등으로 전부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리라 보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이니 국민연금은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근로자가 책임질 수 없는 생산 변동의 리스크를 기업이 감당해 주는 것이 선진화된 기업의 품격이듯 개인이 자초하지 않은 고용, 의료, 노후의 리스크를 사회가 분담해 주는 것이 선진화된 사회의 품격이다. 경제위기가 사회시스템의 재설계를 강제하고 있는 지금을 호기로 삼아 선진화의 제일보를 내디뎌야 한다. 일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회보험을 적용받는다는 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역사적 경과는 차치하더라도 우리는 개개인의 파악이 가능한 주민등록번호라는 사회적 인프라를 갖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영세기업에서 일하든 단기간 근무하든 취업과 동시에 의무적으로 사회보험에 가입시키고 필요할 때 보험급부를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재원이 문제가 된다. 불황기에 보험료가 무겁게 느껴지는 중소기업이 상당수 존재한다. 비정규직 근로자 입장에서도 낮은 임금에서 보험료를 또 징수당한다는 것은 부담스럽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중소기업에는 필요한 재정지원을 하고 근로자에게는 보험료를 감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들이는 돈이 어정쩡한 경기부양책에 쏟는 돈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의의 또한 크다.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이 낮다면 최소한의 리스크라도 사회가 분담해야 한다. 합리적 경영관리가 기업의 책임이듯 체계적 사회보장은 정부의 책임이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사회보장이 적용되게 하라.

우종원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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