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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칼럼] 이땅의 보수는 다 얼어죽었나

등록 2008-11-25 21:10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에서 89.2% 투표율에 35.9%를 득표했다. 전체 유권자의 33.0%가 노태우 후보를 찍었다. 그는 허약한 정치적 기반이 걱정거리였다. 그래서였을까? ‘민주 발전’과 ‘국민 화합’을 표방했다.

꽤 묵직한 인물들로 내각과 청와대를 채웠다. 이현재 국무총리, 나웅배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 사공일 재무부 장관, 정해창 법무부 장관, 오명 체신부 장관, 김용갑 총무처 장관, 이홍구 통일원 장관, 현홍주 법제처 장관, 홍성철 비서실장, 최병렬 정무수석, 박승 경제수석 등 화려한 진용이 갖춰졌다. 노태우 정권은 그 뒤에도 강영훈 총리, 조순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 김종인 경제수석 등을 기용했다. 일종의 ‘보수 총동원 체제’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63.0% 투표율에 48.7%를 득표했다. 전체 유권자의 30.5%가 이명박 후보를 찍었다. 그러나 노태우 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2월18일 내각 명단을 발표하면서 “내각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선진일류 대한민국을 위해 경륜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화합보다 경륜을 강조한 것이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 탄생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대통령 주변과 정부에는 ‘사이비 보수’ ‘아부꾼’ ‘출세주의자’들이 득시글하다.

사람 쓰는 것만 놓고 보면 이명박 정부가 초기 6공에 비해 확실히 수준이 떨어진다. 왜 이렇게 됐을까?

첫째, 이명박 대통령이 치명적 잘못을 저질렀다. 공이 있으면 상을 주고, 능력이 있으면 자리를 주라고 했건만,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줬다. ‘정통 보수’ ‘합리적 보수’가 대부분 배제되었다.

박세일 ‘한반도 선진화 재단’ 이사장은 선진화 담론을 제창한 사람이다. 그가 없었다면 한나라당의 재집권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명박 정부에서 ‘물’을 먹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를 쓰면 되는 것이지, 그 사람을 내가 왜 꼭 알아야 하느냐”고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둘째, 보수의 타락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대한민국 보수는 ‘각자 도생’을 했다. 정권을 놓쳤으면 공부를 하고 힘을 모아야 하는 게 정상일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상당수가 부동산 투기로 돈벌이에 급급했다. 그 결과 고위 공직 후보에 오르는 사람들 중에서 겨우 10% 정도가 ‘검증’을 통과하는 형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한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나라 보수는 다 ×새끼들”이라고 극단적 표현을 썼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잘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개과천선을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보수가 각성해야 한다.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은 최근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건 대선 공약 중의 하나가 국민 통합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국민 통합을 완전히 내팽개쳤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생각이 있는 보수, 합리적 보수가 이제는 나서야 한다. ‘사이비 보수’와의 권력투쟁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가짜들을 쫓아내고 이명박 대통령을 바로 세워야 한다. 어차피 이명박 대통령이 실패하면 그 책임은 보수세력 전체가 져야 한다. 지금 나라가 망할 지경이다. 보수의 가치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보수의 진정성과 애국심은 그래도 믿고 싶다. 진짜 보수의 분발을 기대한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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