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수 논설위원
유레카
얼마 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코드 네임(Code Name)이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코드 네임’은 대통령을 지칭하는 백악관 경호실(시크릿 서비스)의 암호명이다. 코드 네임을 처음 부여받은 대통령은 1940년대 해리 트루먼. 그의 코드 네임은 ‘장군’(General)이었다. 존 에프 케네디는 원탁의 기사 랜슬롯을 연상시키는 ‘기사’(Lancer), 조지 부시는 ‘개척자’(Trailblazer)였다. 청와대 경호실은 대통령을 ‘코드 원’으로 일컫는다.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코드 원’은 변함이 없다.
백악관 경호실이 대통령에게 코드 네임을 붙인 이유는 보안 때문이었다. 전화나 무전으로 서로 통화할 때, 누가 엿들을까 봐 대통령 이름 대신에 코드 네임을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대통령 코드 네임이 더는 ‘비밀’이 아니다. 경호실이 비화기(음성을 암호화하는 장치)를 사용하기에 굳이 보안 때문에 코드 네임을 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경호실 대변인 에릭 자렌은 “코드 네임은 이젠 보안과 관련이 없다. 단지 전통이어서, 또 편리함 때문에 계속 사용한다”고 밝혔다.
코드 네임을 만드는 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발음하기 쉬워야 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가족들은 대통령과 같은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코드 네임을 받는다. 오바마의 코드 네임은 ‘이단자’(Renegade), 부인 미셸은 ‘르네상스’(Renaissance), 두 딸은 각각 ‘장미꽃봉오리’(Rosebud)와 ‘광채’(Radiance)다.
경호실은 아르(R)로 시작하는 단어 몇 개를 올린 뒤 오바마에게 직접 고르라고 했다고 한다. 오바마가 ‘Renegade’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 어원에 ‘이슬람교로 개종한 크리스천’이란 뜻이 담겨 있는 건 몰랐으리란 분석이 유력하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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