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혹시나 기대했던 게 잘못이었는지도 모른다.
13일 아침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 이명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여전히 갈라져 있었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기업과 금융기관, 정치권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서로 믿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벌컥 화가 났다. 정말? 그럼 대통령의 역할은 뭔데?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통령이 국민을 믿지 못하는 게 바로 신뢰의 위기 아닌가? 이 와중에 ‘좌파세력이 이념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한 건 뭔가?
실망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한나라당 중진 의원조차 “처음인데도 알맹이가 너무 없다. 에너지 10% 줄이고, 기업 투자 열심히 하라는 건데, 참 그렇다!”고 혹평을 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도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라디오에 출연했다.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에 몸담고 있던 김재원 전 의원이 “성장률이 둔화하는데 감세를 하면 세수 부족으로 재정이 악화할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금년에 한 10조가 더 걷힐 것이기 때문에 세수 부족은 별로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숨이 나왔다. 낙관론의 근거가 ‘배짱’인지 ‘무지’인지 무척 궁금했다.
민주당사가 있는 여의도 세실빌딩으로 향했다. 정세균 대표의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의 분위기는 착 가라앉아 있었다. 정세균 대표는 카메라 기자들에게 물 마시는 장면은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작은 성과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석하자면, “이유는 잘 모르겠고 해답은 없다”는 얘기였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종부세 완화 반대 및 부가세 감면’을 정치 쟁점화할 예정이다. 전국 순회 캠페인과 100만인 서명도 추진한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야당의 정책은 어차피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 목숨을 걸 일이 아니다. 아직 시중 여론은 “정권 잡았을 때 좀 잘하지 그랬냐”는 비아냥이 더 많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왜 놓쳤을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왜 참패했을까?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근본적 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정신없는 사람들은 ‘집토끼’를 얘기한다. “호남이 결집해야 한다”는 식의 흘러간 ‘지역구도 프레임’을 아직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갈 가능성도, 올라갈 이유도 별로 없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어떨까? 민주노동당에는 아직 뚜렷한 미래가 안 보인다. 다섯 명의 의원들은 국회 안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심상정·노회찬의 진보신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진보정당이 과연 분열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치’의 밖은 어떨까? 시민사회 원로들의 ‘각 사회단체가 폭넓게 참여하는 조직화된 협의기구 구성’ 제안(9월24일)이 있었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한 새로운 연대기구’(가칭 민민련)를 구성하기 위한 비상시국회의(10월9일)가 열렸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 ‘울림’이 없다. 모든 정파와 사회단체가 다 헤매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우리를 절망케 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소기업 무더기 도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렇게 무너지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버틸 수 있을 텐데, 바로 그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춥다. 아무래도 겨울이 다가오는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 이유가 뭡니까?” “작은 성과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고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석하자면, “이유는 잘 모르겠고 해답은 없다”는 얘기였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종부세 완화 반대 및 부가세 감면’을 정치 쟁점화할 예정이다. 전국 순회 캠페인과 100만인 서명도 추진한다.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야당의 정책은 어차피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다. 목숨을 걸 일이 아니다. 아직 시중 여론은 “정권 잡았을 때 좀 잘하지 그랬냐”는 비아냥이 더 많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을 왜 놓쳤을까? 국회의원 선거에서 왜 참패했을까?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근본적 반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정신없는 사람들은 ‘집토끼’를 얘기한다. “호남이 결집해야 한다”는 식의 흘러간 ‘지역구도 프레임’을 아직도 붙잡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갈 가능성도, 올라갈 이유도 별로 없다.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은 어떨까? 민주노동당에는 아직 뚜렷한 미래가 안 보인다. 다섯 명의 의원들은 국회 안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심상정·노회찬의 진보신당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진보정당이 과연 분열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정치’의 밖은 어떨까? 시민사회 원로들의 ‘각 사회단체가 폭넓게 참여하는 조직화된 협의기구 구성’ 제안(9월24일)이 있었고, ‘민주주의와 민생을 위한 새로운 연대기구’(가칭 민민련)를 구성하기 위한 비상시국회의(10월9일)가 열렸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 ‘울림’이 없다. 모든 정파와 사회단체가 다 헤매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우리를 절망케 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소기업 무더기 도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이렇게 무너지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버틸 수 있을 텐데, 바로 그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춥다. 아무래도 겨울이 다가오는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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