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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대통령의 사과 / 박찬수

등록 2008-06-19 21:15수정 2008-06-19 23:29

박찬수 논설위원
박찬수 논설위원
유레카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모든 대통령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는 걸 꺼린다. 사과를 하게 되면 그 사안에 대한 잘못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고, 이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란 게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때론 시의적절한 사과가 대통령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사과에서 중요한 건 국민과의 소통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사생활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통해 정치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1998년 르윈스키 추문에 대해 “나는 내 아내를 비롯해 모든 국민을 오도했다. 그 점을 진심으로 후회한다”고 말했다. 미국민들은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클린턴은 탄핵의 위험에서 벗어났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사과에 인색하다는 평을 듣는다. 클린턴이 사생활뿐 아니라 여러 사안에서 비교적 자주 사과를 했던 데 대한 반작용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부시는 후세인 정권이 9·11 테러에 관련됐다는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을 속였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하면서도 그는 끝까지 사과를 거부했다.

그런 그가 재임 중 사과한 대표적인 사례는 2004년 이라크인 포로 성학대 파문이었다. 그는 사건 일주일 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정상회담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는 압둘라 국왕에게 포로들의 고통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의 사과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이라크 국민에게 직접 사과하지 않고 압둘라 국왕에게 발언하는 식으로 사과한 점, 그리고 이 사건 책임자인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경질하지 않은 점 때문이었다. 사과의 진실성을 의심받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다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국민이 그의 연설에서 얼마나 진솔함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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