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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정치공학적 발상으로 될까? / 박창식

등록 2008-06-08 19:36수정 2008-06-08 19:45

박창식 정치부문 편집장
박창식 정치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저는 요즘 퇴근 뒤 광화문에 자주 갔습니다. 신문사 일이 워낙 늦게 끝나거나 하여, 가지 못하는 날 밤에는 인터넷으로 광화문 생중계를 찾아보았습니다.

제가 광화문을 찾은 이유는 그곳에 바로 정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의도는 정치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거리의 정치’ ‘광장의 정치’가 새로이 떠오르고 있음을 갈 때마다 새삼 느낍니다. 기자로서, 그리고 정치부문 편집장으로서 여의도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정치뉴스를 제대로 다루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됩니다.

광화문에 나가 보면, 시민들의 정치적 요구의 성격과 내용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노래가 널리 불리는 점만 봐도 그렇습니다. 권력자가 시민들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경우 참지 않겠다는 뜻이겠지요. “일방통행은 안 된다” “네 멋대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흔히 듣습니다. 지난 십수년의 민주화 세력 집권기간을 거치면서 권위주의가 해체되고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의식이 부쩍 성장했음을 느낍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여의도 사람들한테서도 변화가 없진 않다는 점입니다. 통합민주당은 광화문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하기로 엊그제 결정했습니다. 독자적인 원외집회를 몇 차례 해봤는데 시민들이 모이지 않자 내린 결정이라고 합니다. 사실 야당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참여한다고 해봐야, 따로 연설할 기회를 얻는 게 아니고 그저 시위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정도입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작부터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문제는 정치의 중심과 내용이 바뀌었다는 것을 청와대가 여전히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얼마 전 만나 처음으로 내놓은 시국수습책은 ‘친박 복당’이었습니다. 민심은 쇠고기 재협상을 통해 밥상 문제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자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엉뚱한 해법이었습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일괄사의 표명이라는 카드가 그 다음 순서로 나옵니다. 이들의 사의 표명에 대통령이 고심하는 모습을 며칠 보일 것이다, 그러다가 몇 사람 정도를 선별 수리하지 않겠느냐는 따위의 관측이 뒤따릅니다. 나아가 내각도 정비해야 하는데, 박근혜 의원을 국무총리로 세우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여권에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처방들은 ‘성난 민심’과는 기본적으로 동떨어져 있습니다. 광화문에 모인 시민들은 친박 복당이나, 일괄 사의, 아무개 총리론 등을 거론한 바 없습니다. 따라서 이런 해법으로 시국이 수습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입니다.


게다가 이런 처방들은 ‘그들만의 닫힌 정치’ 시절에 통용되던 낡은 정치공학의 인상을 풍깁니다. 과거 몇몇 보수언론이 의제를 독점하고 여론을 좌우하던 시절 같으면 이런 해법이 먹혔을지도 모릅니다. 국민들이 그것 외에는 다른 게 없는 줄 알고, 그런 카드에도 잠깐씩이나마 놀라주었던 까닭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등을 통해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 지금의 시대 환경에서, 그런 처방은 효험을 갖기 어렵습니다.

이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과거의 발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민 중심의 정치, 거리의 정치가 요구하는 바를 파악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집권 100여일 동안 과거회귀적 행태를 숱하게 보였는데, 지금부터라도 접근 방식을 바꾸는 게 좋겠습니다.

박창식 정치부문 편집장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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