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수 논설위원
유레카
대통령의 업무 수행을 평가하는 국정 지지율 조사가 미국에서 시작된 건 1930년대 말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조지 갤럽이 처음으로 이 조사를 도입했다. 지지율이란 게 꼭 훌륭한 대통령의 잣대는 아니지만, 대통령과 국민간 소통의 가장 중요한 지표임은 분명하다. 지지율이 높으면 국정 추진력은 훨씬 강해진다. 반대로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통령의 정책은 여당 의원들한테도 거부당하기 일쑤다. 이런 이유로 어느 대통령이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건다.
루스벨트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이는 조지 부시 현 대통령이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그의 지지율은 92%까지 치솟았다. 91년 3월 걸프전 당시 아버지 조지 부시가 기록한 90%가 두 번째다.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앞둔 45년 6월의 해리 트루먼(87%), 일본의 진주만 폭격 직후인 42년 1월 루스벨트(84%)가 그 뒤를 잇는다.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비상사태가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일등 공신이다.
부시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의 불명예도 동시에 갖고 있다. 올해 2월 아메리칸리서치그룹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19%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20% 밑으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52년 2월 한국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와 갈등을 빚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22%가 두 번째로 낮은 지지율이었고, 세 번째는 74년 7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를 앞둔 닉슨(24%)이었다. 미국에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approval rating)과 함께 ‘부정평가 비율’(disapproval rating)도 중요하게 다루는데, 이 부문에서도 부시는 역대 1위(올해 4월 69%)를 기록하고 있다. 요즘 부시와 이명박 대통령은 동병상련의 처지인 것 같다.
박찬수 논설위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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