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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홍세화칼럼]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등록 2008-05-11 21:17수정 2018-05-11 16:00

홍세화 기획위원
홍세화 기획위원
홍세화칼럼
역시 이 나라 국민은 투표일에만 자유롭고 국민으로 대접받는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강부자’ 정권은 그 본색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국민을 섬겨 국민 성공시대를 열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 뒤 섬김의 진짜 대상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는 듯이 미국으로 달려가 부시 미대통령에게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라는 ‘조공’을 바치고 돌아왔다. 분노한 시민들이 서울 청계광장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있다. 10대 청소년들까지 한목소리로 외친다. “미친 소, 너나 먹어!”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으라”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중반대로 추락했다. 지배세력은 미국산 쇠고기 반대 여론이 괴담과 유언비어 탓인 양 호도하면서 국민 세금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출처가 불명확한 괴담에 혼란을 겪거나 국가 미래가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유언비어에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사이버 폭력 척결에 검찰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했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청소년들에게 유언비어를 꼬드기는 세력이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우병 소동’이 출처가 불분명한 괴담과 청소년들을 꼬드기는 유언비어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괴담이라고? 정부와 검찰, ‘조·중·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괴담이 떠다니는지 밝힐 일이다. 그렇다. 괴담은 분명 괴담이다. 대자연의 섭리에 어긋나게 소에게 동물성 분말사료를 먹인다는 얘기는 괴담인 게 분명하다. 오래된 괴담, 익숙해져 놀라지 않는 것뿐이다.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금지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월령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수입하고 30개월 미만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까지 수입한다는 얘기는 최근에 들은 괴담이다. 특히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는 얘기는 괴담 중에서도 심각한 수준이어서 연령 표시 의무를 면제해주고 도축장 지정을 미국에 맡긴다는 괴담은 놀랍지도 않다. 문제는 이런 괴담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데 있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을 민형사상으로 고발하겠다는 으름장까지. 한편, 유언비어가 없지는 않았다. 가령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전국 시·도 교육감회의에서 전교조가 중고생들의 촛불집회 참여를 배후에서 선동했다는 내용의 말을 했는데, 유언비어임을 스스로 인정했던지 “전교조를 종용하는 세력으로 지목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을 바꾸었다.

괴담과 유언비어, 그것은 국민을 우습게 본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이 부른 것이다. 그것은 뿌린 자가 거둘 일이다.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이 대통령 말대로 물건은 사는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위험한 물건은 수입하지 않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더구나 국민 생명에 관한 사안이다. 한우축산 농가에 대한 미봉책으로 사태를 모면할 생각이라면 거두길 바란다. 미국과 맺은 합의를 파기한다고 선언하고 국민에게 사죄할 일이다. 10년에서 40년까지 간다는 광우병의 잠복기, 이 대통령을 비롯한 기성세대는 중고생들의 “우리는 아직 15년밖에 못 살았어요”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국민은 자신의 생명을 가볍게 여길 만큼 어리석지 않고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5월이다. 광주 민중항쟁이 28돌을 맞고 68 혁명이 40돌을 맞는 5월이다. 그 5월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참여하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동조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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