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지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정당이 탄생했다. ‘이명박당’이다. 정확히는 ‘한나라당 주류’다. 이명박당은 기존의 한나라당과 다르다. 총수와 이념, 지역 기반이 확 바뀌었다. 새로운 총수는 이명박, 새로운 이념은 돈이다. 새로운 지역 기반은 수도권이다.
‘박근혜당’도 생겼다. 한나라당의 비주류로 밀려난 박근혜 계파,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를 합치면 박근혜당이 된다. 물론 당수는 박근혜, 이념은 보수, 지역 기반은 영남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이명박당 전체와 박근혜당 절반이 동거하는 기형적 모습이다.
이명박당은 왜 출현했을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확산, 둘째, 유권자들의 진화다. 수도권의 상당수 유권자들은 ‘아파트값’과 ‘특목고’를 생각하며 투표를 했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당선됐다. 서울의 정두언·진수희·권택기·진성호·정태근·권영진·강승규·강용석·김용태·고승덕 당선인, 경기의 임태희·차명진·백성운·박준선·김영우 당선인 등이다. 서울시장 시절의 보좌역, 대선 경선과 본선 때의 캠프 핵심 참모들이다.
면면을 살펴보자. 첫째, 젊다. 40대가 대부분이다. 둘째, 본래 유명인이 아니었다.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던 사람들이 별로 없다. 오히려 당선됨으로써 유명해졌다. 셋째, 이념적 성향이 희박하다. 진보 성향도 없지만, 딱히 보수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대체로 무색무취하다.
유권자들은 이들을 왜 찍었을까? 간단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기 때문에 찍었다. 유권자들은 이들의 얼굴에서 ‘지역 발전’, ‘돈’을 읽었다고 봐야 한다. 도덕성이나 이념은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투표장에 간 사람들은 기호 2번을 꾹꾹 찍으며 ‘경제만 살려라’, ‘돈 좀 벌게 해다오’라고 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찍을 때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율은 전국 평균이 37.5%였는데, 시도별로 보면, 서울(40.2%), 인천(39.7%), 경기(40.9%)가 꽤 높았다. 이명박당 덕분이다. 대구(46.6%), 경북(53.5%), 부산(43.5%), 울산(42.9%), 경남(45.0%)에는 못 미치지만, 이 정도면 한나라당을 ‘수도권 정당’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친박연대, 친박 무소속 연대에 상당히 많은 의석을 빼앗겼다. 대신 수도권의 이명박당이 그 이상을 벌충했다.
이명박당의 출현으로 ‘욕망의 정치’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다. 이제 우리 유권자들도 ‘지갑’을 생각하며 투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처럼 지역 연고에 따라 맹목적으로 투표를 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다만 유권자들은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한다. ‘뉴타운’ 공약 남발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그래야 속지 않는다. 또 ‘내’가 속한 계층의 이해관계를 누가 정확히 대변하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나’의 주머니를 불리고 세금을 줄일 것인지 따져야 한다.
그건 그렇고, 이명박당과 박근혜당의 화해는 불가능할까? 당분간 그럴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무소속 연대의 한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엠비(이명박)에게 박근혜는 보물단지다. 끌어안고 있으면 경제가 어려워도 버틸 수 있다. 지방선거 승리도 보장된다. 그런데 왜 내치는지 모르겠다. 정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그건 그렇고, 이명박당과 박근혜당의 화해는 불가능할까? 당분간 그럴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무소속 연대의 한 의원은 이런 말을 했다. “엠비(이명박)에게 박근혜는 보물단지다. 끌어안고 있으면 경제가 어려워도 버틸 수 있다. 지방선거 승리도 보장된다. 그런데 왜 내치는지 모르겠다. 정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잘 모르는 것 같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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