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문화관광부의 효시는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설치된 공보처다. 공보처는 56년 폐지돼 대통령 소속 공보실로 바뀌었다. 68년에야 문화를 이름으로 내건 부가 등장했다. 그마저 반쪽이어서 그 이름이 문화공보부였다. 유신·5공 시절 내내 문화는 공보와 함께 다녔다. 문화부가 독립한 것은 90년 정부 개편 때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문화부는 체육청소년부와 통합해 문화체육부가 되었고(93년), 98년 국민의 정부 등장과 함께 문화관광부가 되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문화관광부를 문화부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명칭만 보면 문화의 독자성이 강화된 듯하지만, 속을 보면 정반대다. 국정홍보처를 폐지해 그 기능을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건 5공화국 이전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국민 문화 창달과 특정 정권 홍보를 뒤섞어 놓고 제대로 된 문화 진흥이 가능할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 수립보다 3년 앞서 수립된 프랑스 5공화국의 드골 정권은 59년 저명한 소설가 앙드레 말로를 문화부 장관으로 입각시켜 프랑스 문화 정책의 획기적 발전을 이끌었다. 프랑스 문화 정책이 한차례 더 비약한 것은 81년 들어선 프랑수아 미테랑의 사회당 정권 때였다. 문화부 장관이 된 자크 랑이 무려 10년 동안 재임하면서 프랑스 문화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랑은 국가 예산의 1%를 문화 예산으로 확보했고, 루브르 박물관을 증개축하고 오르세 미술관을 설립했다. 해마다 6월21일부터 7월14일까지 계속되는 프랑스 음악축제를 만든 사람도 랑이었다. 말로도 랑도 문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문화를 민주적 향유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문화와 홍보를 묶어놓고 효율화라고 자랑하는 정권에서 문화다운 문화를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난망인지도 모르겠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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