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잇닿아 있다.” 아르헨티나 대문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남긴 말이다. 입과 항문이 잇닿아 있듯,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잇닿아 있듯, 나와 너와 우리는 서로 잇닿아 관련성을 맺으며 살아간다. 우리 속담은 이를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했다.
세상이 좁다는 말이 과연 ‘사실’일까? 1967년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스탠리 밀그램은 네브래스카에서 보스턴으로 전하는 흥미로운 편지 릴레이 실험을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전달된 결과 편지들은 거의 목표인물에게 도착했다. 단지 여섯 번만이었다.
‘여섯단계의 분리’는 6단계를 거치면 누구나 아는 사람이라는 개념이다. 한사람이 100명을 안다고 치면, 1단계는 100명, 2단계는 1만명, 3단계는 100만명, 4단계는 1억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론적으로 중복된 사람을 빼도 대한민국 5천만명은 4단계를 거치면 악수를 할 수 있다. ‘케빈 베이컨 게임’도 비슷한 경우다. 가급적 적은 수의 영화로 케빈 베이컨이라는 배우를 다른 배우와 연결시키는 게임이다. 찰리 채플린과는 고작 두 다리를 건너 닿고 대부분의 할리우드 배우는 다섯 다리 건너면 모두 만나게 된다. 1998년 미국 물리학자 던캔 와츠는 이러한 촘촘한 친구망을 ‘작은 세계 이론’으로 정립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고 유럽의 조류독감이 삽시간에 한반도에 덮치는 것도 세계가 좁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 지연과 학연이 실타래처럼 엉켜 잇속을 꾀하는 연고주의도 알고 보면 세상이 좁아서 생긴 ‘작은 세계’ 현상이다. 연고주의라는 ‘작은 세계’에 싹튼 부패의 씨앗은 순식간에 부패의 나무로 자란다. 이명박 당선인의 ‘연고주의 행보’가 눈총을 받는 이유다. 이 좁은 세상의 작은 나라 대한민국을 통째로 연고로 삼으면 어떤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연고주의라면 아름답지 않은가?
권귀순 여론팀장 gskw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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