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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임화 / 고명섭

등록 2008-01-06 19:01

고명섭 책·지성팀장
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임화는 모던 보이였다.’ 국문학자 김윤식씨의 기념비적 작품 <임화 연구>(1989)는 사실상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임화(1908~1953)는 시인이었고 혁명가였다.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창립멤버였고, 스물넷에 카프 서기장이 됐다. 그러나 그 전에 그는 ‘모던 보이’였다. 스물한둘께 임화는 영화 <유랑> <혼가>의 주연을 맡았다. 사람들이 그를 ‘조선의 발렌티노’라 불렀다. 1920년대 할리우드를 휘어잡은 배우 루돌프 발렌티노에 빗댄 별명이었다. 임화의 모더니스트적 면모는 수려한 외모의 이국 정취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에서 그는 시대와 불화하는 모더니즘의 정신을 선취했고, 마르크스주의로 나아감으로써 모더니즘의 한 경지를 체험했다. 김윤식씨의 말대로, “마르크스주의도 전위주의(모더니즘)의 일종이었음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그는 그 모더니즘의 정신으로 시대와 대결했다. 36년 그는 자신의 묘비명을 미리 썼다. “오오 적이여, 너는 나의 용기다.” 그러나 그 대결은 필경 패배할 수밖에 없는 대결이었다. 일제의 군국화가 강화될수록 그의 입지는 좁아졌다. 39년 그는 탄식하듯 말했다. “벗이여, 이즈음 나는 자꾸만 하나의 운명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그 운명의 문학적 표현이 ‘현해탄 콤플렉스’, 다시 말해 ‘조선의 신문학이란 일본을 거쳐 이식된 문학’이라는 이식문학론이었다. 그리고 그 운명의 정치적 표현이 해방 후 월북한 뒤 53년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죽은 일이었다.

올해는 그 ‘문제적 개인’ 임화가 태아난 지 100년 되는 해다. 같은해에 김유정·김정한·이무영·유치환·김기림·최재서·백철 같은 우리 신문학의 별들이 태어났지만, 이론의 독창성, 실천의 치열함으로 보아 임화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1908년은 임화의 해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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