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자유·생명 / 고명섭

등록 2007-12-23 19:06

고명섭 책·지성팀장
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1755년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 출간됐을 때 이 책의 급진적 주장에 놀란 논적 볼테르는 책의 여백에 “이것은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탈당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거지의 철학이다”라고 휘갈겨 썼다. ‘사회적 악의 발생학’이라 할 이 책은 사유재산 제도에 대한 통렬한 규탄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유와 생명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한없는 찬양서이기도 하다. 그는 생명과 자유를 양도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라고 했다. “자유를 제거하면 인간의 품위가 떨어지고 생명을 제거하면 인간의 존재는 소멸된다. 이 세상의 어떤 재산으로도 그 둘 중 어느 것도 보상할 수 없으므로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자연과 이성을 동시에 거스르는 일이다.” 루소의 생각은 앞세대 영국 사상가 존 로크에게서 온 것이었다. 근대적 소유권 이론을 확립한 로크는 소유(재산)의 항목에 자산뿐만 아니라 자유와 생명도 포함시켰는데, 루소는 거기서 자유와 생명을 뽑아내 특화한 것이다. 자산은 포기할 수 있어도 자유·생명은 포기할 수 없다.

젊은날 열렬한 루소주의자였던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루소의 이 말에 감명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는 일생을 바쳐 완성한 <파우스트> 말미를 이렇게 장식했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연의 고귀한 선물은 괴테 시대에 와서 매일매일 투쟁으로 획득해야 할 대상이 됐다. 진작에 시작된 신자유주의화의 광포한 물결이 이제 정글자본주의적 시장독재로 바뀌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들이칠 참이다. 자유와 생명이라는 인간 존엄성의 근본을 지키기 위해 시장의 지배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