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섭 책·지성팀장
유레카
1755년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 출간됐을 때 이 책의 급진적 주장에 놀란 논적 볼테르는 책의 여백에 “이것은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탈당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거지의 철학이다”라고 휘갈겨 썼다. ‘사회적 악의 발생학’이라 할 이 책은 사유재산 제도에 대한 통렬한 규탄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유와 생명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한없는 찬양서이기도 하다. 그는 생명과 자유를 양도할 수 없는 자연의 선물이라고 했다. “자유를 제거하면 인간의 품위가 떨어지고 생명을 제거하면 인간의 존재는 소멸된다. 이 세상의 어떤 재산으로도 그 둘 중 어느 것도 보상할 수 없으므로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자연과 이성을 동시에 거스르는 일이다.” 루소의 생각은 앞세대 영국 사상가 존 로크에게서 온 것이었다. 근대적 소유권 이론을 확립한 로크는 소유(재산)의 항목에 자산뿐만 아니라 자유와 생명도 포함시켰는데, 루소는 거기서 자유와 생명을 뽑아내 특화한 것이다. 자산은 포기할 수 있어도 자유·생명은 포기할 수 없다.
젊은날 열렬한 루소주의자였던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는 루소의 이 말에 감명받았음이 틀림없다. 그는 일생을 바쳐 완성한 <파우스트> 말미를 이렇게 장식했다. “지혜의 마지막 결론은 이렇다. 자유도 생명도 날마다 싸워 얻는 자만이 그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고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자연의 고귀한 선물은 괴테 시대에 와서 매일매일 투쟁으로 획득해야 할 대상이 됐다. 진작에 시작된 신자유주의화의 광포한 물결이 이제 정글자본주의적 시장독재로 바뀌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들이칠 참이다. 자유와 생명이라는 인간 존엄성의 근본을 지키기 위해 시장의 지배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고명섭 책·지성팀장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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