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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한겨레’ 입장이 뭐냐고요? / 박창식

등록 2007-09-02 17:55

박창식/문화부문 편집장
박창식/문화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적지 않은 독자들이 요즘 쟁점이 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관련 기사를 읽고 궁금증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어떤 입장이냐?” “기자실별로 성명서를 낸다는데 한겨레도 가담하고 있느냐?” 지면만 봐선 무슨 이야기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취재 선진화 방안은 중앙행정기관의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공무원이 취재에 응할 때 홍보담당 부서를 거치도록 국무총리 훈령에 명문화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정부 방안대로라면 취재 관행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따라서 정부와 언론사 사이에 새로운 취재 절차와 규칙 따위를 놓고 활발하게 토론할 문제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실제 논쟁은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선 보수성향 신문들이 앞장서서 “5공화국식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거기에 정치권도 가세함으로써 순수한 저널리즘 차원의 토론은 실종되었습니다.

저희는 8월24일치 3면에서 “프레스카드제를 5공식 언론통제로 규정하는 다른 언론의 보도는 왜곡 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순수한 저널리즘 차원의 토론이 아니라 정치게임 성격으로 왜곡 과장하는 태도와는 선을 긋겠다는 판단을 지면에 담았던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희는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침에 따라 언론의 취재 접근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는 단호히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일관된 자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국정홍보처 간부들은 정부 정책설명과 관련해 ‘단일한 목소리’가 나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공무원들이 취재 응대를 할 때 홍보부서를 거치도록 한 것도 공식 브리핑 외의 다른 정책정보나 시각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정부가 공무원 ‘입단속’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외국 공직사회에도 비슷한 규칙들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론장의 문화’에서 서양 나라들과 다릅니다. 그들은 행정부와 의회, 학계, 시민단체 등이 정보를 공유한 가운데 토론 과정을 거쳐 정책을 형성해 가는 문화가 비교적 발달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정책정보가 행정부 위주로 극단적으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단일한 목소리’를 강하게 단속할 경우, 정책형성 과정에서 다양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할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저희가 선진화 방안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것입니다.

저희도 썩 자신 없는 대목은 있습니다. <한겨레> 기자들조차 어느덧 ‘기성 언론’의 일원이 되어 기자실이 제공하는 편리함에 기대려는 심리가 없었다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 점은 또 하나의 기성언론이 아닌, 전혀 다른 새로운 신문을 만들라고 돈을 모아주었던 국민주주들께서 특히 의아해하실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여러 측면 때문에 저희 편집국은 지난 8월27일 취재 선진화와 관련해 어떤 보도자세를 취할지, 현장 기자들은 어떻게 행동할지를 재점검하는 논의를 벌였습니다. 편집국 간부들로 짜인 편집회의 구성원에다 노동조합, 기자협회의 대표자, 현장 기자 대표도 동석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희는 “이 문제와 관련해 기자들의 시각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공무원, 일반 시민, 독자, 인터넷 언론매체 종사자들의 의견도 폭넓게 지면에 반영하도록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습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언론상황 변화에 맞춰 정부-언론간 취재절차 정립 문제를 꾸준히 고민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희는 ‘기자라는 이유로 특권을 요구하지 않되’ ‘정부 감시와 다양한 정보 전달도 소홀히 하지 않는’ 두 원칙을 함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마음을 갖고 여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창식/문화부문 편집장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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