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섭 논설위원
유레카
아이폰이라는 이동전화기 하나 때문에 미국이 떠들썩하다. 지난달 29일 밤 판매를 시작한 이 전화기가 무서운 속도로 팔리면서, 언론들은 앞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업계 분석가들도 경쟁적으로 판매량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한 분석가가 주말 판매량을 50만대로 추정하자 곧바로 52만5천대라는 분석이 나오더니 어느새 추정치가 70만대까지 올라갔다. 한 이동전화기에 대한 관심 치고는 도를 넘는 수준이다.
이 전화기를 만든 회사는 매킨토시 컴퓨터로 잘 알려진 애플이다. 대체로 매킨토시 사용자들 사이에서만 명성이 높던 이 회사는 2001년 아이포드라는 엠피3 플레이어를 내놓으면서 대단한 명성을 얻었다. 아이포드는 편리한 기능과 깔끔한 디자인을 무기로 엠피3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고, 이제는 아예 유행의 상징으로 대접받는다.
이 여세를 몰아서 내놓은 제품이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아이포드에 무선 인터넷, 정보 관리 기능까지 결합한 이동전화기다.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 기존의 전화기와 확연히 달라서 몇 달 전부터 성공 여부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아이폰 열풍 못지않게 놀라운 것이 치밀한 홍보 전략이다. 애플은 이 전화기를 판매 2주 전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스위크> 등 몇몇 유력 언론 기자에게만 나눠줘 써보게 했다. 이 기자들은 판매 사흘 전 일제히 사용 소감을 공개했다. 제품소개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올렸다. 유력 매체의 이례적인 사전 소개는 어떤 광고보다 큰 홍보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예쁜 디자인, 첨단 기술, 치밀한 홍보 전략이 결합된 아이폰은 ‘21세기 소비 물신주의의 결정체’처럼 느껴진다. 디지털 기기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의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이런 공세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소비자가 훨씬 더 냉정해져야 할 듯하다.
신기섭 논설위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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