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돌/고려대 교수·조치원 신안1리 이장
나라살림가족살림
지난 6월25일부터 29일까지 전개된 전국금속노조의 ‘한-미 에프티에이 저지를 위한 파업투쟁’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뜨거웠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주장을 각기 두 가지씩 살펴보자.
“다수의 조합원이 반대한다. 조합원의 여론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투쟁이라는 정치파업의 의미와 목적에 전혀 관심이 없고, 원만한 고용안정, 권익쟁취에 관심을 두고 있다. 현장 정서를 무시하고 진행하려는 이번 파업은 철회돼야 한다.”(현대차 노조 전 대의원)
“한-미 에프티에이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경제적 파업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경제적 요구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파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관철될 수밖에 없다.”(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현대차 노조의 불법 정치파업이 회사와 지역·국가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
“금속노조 파업은 대한민국의 독자적 발전 전략을 포기하는 한-미 에프티에이를 막자는 것이고, 자식의 자식까지 되물림될 절망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런 망국적 한-미 에프티에이에 노동자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과연 헌법상 저항권은 무얼 위해 필요한 것이냐.”(심상정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이렇게 이번 ‘정치파업’에 대한 찬반이 너무나 팽팽하다. 언론·여론은 역시 파업 반대 쪽이 많았다. 파업 지도부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이 나간 상태에서 파업은 벌어졌고,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양국 대표는 6월30일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그동안 협정 체결에 반대하던 노동자, 농민, 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은 또다시 허탈감을 느낀다. 바로 여기서 이번 ‘정치파업’ 논란을 좀 더 차분히 따져보자.
첫째, 과연 정부나 여론, 언론이 “노동자의 파업은 정당하다”고 말한 적이 얼마나 있는가? 이른바 ‘경제파업’은 ‘경제파업’대로 “회사와 국가경제를 위해 자제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노동자가 파업을 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다. 사람답게 살 여건을 만드는 데 경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얼마나 확실히 구분할 수 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여건을 풀뿌리 민중들에게 불리하게 바꿀 것이 뻔하다. 그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지 말라는 게 과연 민주 사회일까?
둘째, 다수 조합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이슈엔 무관심하고 단지 고용 안정이나 임금 인상과 같은 것에만 관심이 크다.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고용·생활 안정 문제가 별개일까? 자유무역협정으로 한국 자동차를 미국 시장에 더 많이 팔 때 모두 이익이라 주장하면 모든 게 끝일까? 과연 한국 자동차는 얼마나 오래 미국에서 승승장구할까? 또 그러자면 얼마나 많이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늘려야 할까? 또 그렇더라도 모든 이에게 안정된 고용과 소득이 계속 보장될까? 그런 면에서 일부 현장 정서나 시민들의 시각은 너무 좁은 것 아닌가?
셋째, 무릇 노조란 그 출발점이 노동자들의 자주적 권익 옹호다. 이를 위해 노동자 사이의 경쟁과 분열을 지양하고 단결과 연대를 추구한다. 단결과 연대는 그 수단이자 목적이다. 그래야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나 제도, 정책 따위가 인간다운 삶을 방해한다면 당연히 노조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특히 국회와 정당이 ‘밥그릇’ 싸움으로 풀뿌리의 삶을 외면하게 될 때, 노조는 이렇게 외칠 수 있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정당들은 노조의 ‘정치파업’에 적극 동참하라!” 필요한 ‘정치파업’을 거부하는 정치권 사람들은 지금 ‘직무유기’를 하는 게 아닐까? 강수돌/고려대 교수·조치원 신안1리 이장
셋째, 무릇 노조란 그 출발점이 노동자들의 자주적 권익 옹호다. 이를 위해 노동자 사이의 경쟁과 분열을 지양하고 단결과 연대를 추구한다. 단결과 연대는 그 수단이자 목적이다. 그래야 더불어 인간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나 제도, 정책 따위가 인간다운 삶을 방해한다면 당연히 노조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특히 국회와 정당이 ‘밥그릇’ 싸움으로 풀뿌리의 삶을 외면하게 될 때, 노조는 이렇게 외칠 수 있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정당들은 노조의 ‘정치파업’에 적극 동참하라!” 필요한 ‘정치파업’을 거부하는 정치권 사람들은 지금 ‘직무유기’를 하는 게 아닐까? 강수돌/고려대 교수·조치원 신안1리 이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