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변호사
시민편집인
“영화배우 이영애의 집이 홍콩 카파라치 사진에 노출되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뜬 기사다. 인터넷에는 없는 게 없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 구석구석의 별별 정보를 다 검색할 수 있다. 주요 사건들은 실시간으로 인터넷 중계가 되기도 한다. 이 정보의 바다 속에서 이제 신문은 원시적 정보매체다. 겨우 하루 한번 어렵게 활자로 인쇄되어 이른 새벽 잠 덜 깬 배달원의 수고로움을 통해서나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한겨레〉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겨레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알고 싶어서다. 초음파로 인식하는 박쥐의 세상과 가시광선으로 인식하는 사람의 세상은 전혀 다르다. 불가(佛家)에서는 보는 자와 보는 대상이 별개로 독립하여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緣起), 서로가 서로를 의지해 있다고 한다. 세상과 그것을 보는 시각은 한 덩어리로 기대어 있다. 요컨대 사실과 입장은 한 덩어리다. 사실과 입장이 한 덩어리이기 때문에 나는 굳이 한겨레를 본다.
이런 점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합의된 날 한겨레가 즉시 여론조사를 한 이유가 궁금하다. 구체적인 합의내용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찬반을 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다른 매체들이 다 하니까 물먹지 않으려고 그랬나?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여론 확산, 어려운 말로 밴드왜건 효과에 기여했을 뿐, 오히려 국민들이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두고두고 차분하게 검토할 필요성을 잊어버리게 한 것이지 싶다. 우리 사회를 경쟁과 효율로만 몰고 가는 협정안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한겨레에서 더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국가-투자자 간 소송을 배제하고 농업, 교육, 문화의 다양성을 상호 인정하자는 유럽연합과의 협의 내용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이에 비추어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새삼 부각시킬 수도 있을 텐데 구체적인 비교 기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 유럽연합과의 협상 과정 역시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도 한겨레를 보아서는 알 수가 없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공방 기사도 그렇다. 그 많은 지면에서 그저 권력다툼이라는 사실의 나열만 보인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점점 소외되어 가는 서민들에게 과연 그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추적 분석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그 지지자들은 두 사람 사이의 이념과 정치스타일 그리고 각자가 대변하는 이익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사생결단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 분열 기사도 마찬가지다. 이런 움직임들이 서민 대중에게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한겨레를 보아도 잘 모르겠다. 김승연 회장이 애초 ‘K모 회장’에서 실명으로 햇볕에 나온 데는 한겨레의 공이 크다. 하지만 십수일째 김 회장이 전기충격기를 썼는지, 쇠파이프로 때렸는지 등에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런 지엽말단의 궁금증은 다른 매체들을 보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 “한 달 안 보석사례 없어 1심 선고까지 갈 수도”라는 제목을 달아 마치 한겨레가 김 회장이 길어도 1심 선고 이전에는 풀려나기를 바라는 것 같은 인상을 준 이유도 궁금하다.
사실과 입장은 한 덩어리이니 한겨레가 서민 대중의 입장에서 필요한 사실 위주로 보도하고 편가르기 해주어야 독자들이 자신의 신문이라고 느끼고 비슷한 처지의 이웃에게 구독을 권유할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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