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온라인부국장
편집국에서
큰들 동조(24)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운증후군 환자로 판명났다.
발달장애에다 정신지체아였다. 동조의 부모는 정성껏 키웠다. 특수아 학교를 다닌 동조는 몸은 청년이지만 정신연령은 초등학교 저학년생 수준이다. 중증장애 2급인 그는 재활훈련을 통해 조그만 기업에 취직해 단순노동을 하고 있다. 동조의 집에는 다운증후군 환자가 둘 더 있다. 초등학교 2학년생 남동생 은조(8)와 3살짜리 여동생 금조다. 놀랍게도 둘은 입양된 자녀다. 은조는 태어나 배꼽에서 탯줄 흔적도 떨어지기 전에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 부천시의 한 아동임시보호소에서 다운증후군 증세를 보이던 핏덩어리를 동조의 부모가 입양했다. 동조의 아버지 김기철(51·여행업)씨는 “다운증후군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어 그런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정신지체 3급 장애 판정을 받은 은조는 특수학교에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김씨는 동갑내기 부인 김정생씨와 상의해 지난해 금조를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한 명 더 데려다 키우고 싶었어요.”
금조 역시 다운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생후 24개월 즈음의 버려진 아이였다. 금조는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결국 김씨네 집안에는 모두 3명의 다운증후군 환자가 함께 살게 됐다.
김씨에게 물었다. “장애 자녀 한 명도 버거울텐데, 둘이나, 그것도 남이 낳은 장애아를 입양한 이유는 뭔가요?”
“우리의 장애아들이 주한 외국인들에게 입양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어요. 물론 힘은 들죠. 그런데 이상해요. 행복이 마구 밀려와요.”
지난해 국내에서 입양 등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는 모두 9034명, 이 가운데 3231명이 국내외로 입양됐다. 장애를 가진 입양아가 국내에 입양된 경우는 12명에 불과하다. 국외로 입양된 장애아가 713명이니, 김씨처럼 장애아를 입양해 기르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개인사업을 하는 김충호(48)씨에겐 대학교 4학년생과 고3짜리 두 딸이 있다. 김씨는 가족회의를 거쳐 2년 전 2살 남자아이를 입양했다. 너무도 가난하다는 이유로 태어난 직후 보호소로 보내진 이 아이를 김씨 가족은 ‘하람’(하나님의 소중한 사람)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처음 하람이를 보는 순간 김씨 가족은 ‘촌스럽게 생긴 것이 우리와 너무 닮았다’며 친근감을 느꼈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입양 당시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가끔 보여준다. 그리고 “너는 우리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사랑스럽게 되풀이해 알려준다. 입양을 비밀로 할 경우 나중에 받을 충격을 염려해서다. ‘공개 입양’을 한 것이다. 김씨는 말한다. “직장에 있으면서 하람이가 보고 싶을때가 많아요. 하람이를 입양한 뒤엔 부부싸움도 없어졌어요.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지요.” 지난 11일은 입양의 날이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1) 가족이 한(1) 어린이를 입양해 건강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나가는 취지에서 지난해 제정됐으나 한국인들의 입양에 대한 의식은 전쟁고아를 ‘수출’하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뿌리 깊은 핏줄 의식이 입양을 터부시하고 있는 셈이다. 오는 19일 결혼하는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결혼 뒤 4명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겠다”고 밝히자 수많은 ‘악플’이 붙었다. 하리수의 자녀 입양을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다. 자신의 몸으로 낳은 아이를 버리는 사람에 비해 그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길우/온라인부국장 nihao@hani.co.kr
김씨는 아이에게 입양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입양 당시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가끔 보여준다. 그리고 “너는 우리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을 사랑스럽게 되풀이해 알려준다. 입양을 비밀로 할 경우 나중에 받을 충격을 염려해서다. ‘공개 입양’을 한 것이다. 김씨는 말한다. “직장에 있으면서 하람이가 보고 싶을때가 많아요. 하람이를 입양한 뒤엔 부부싸움도 없어졌어요. 제2의 인생을 사는 기분이지요.” 지난 11일은 입양의 날이었다. 가정의 달인 5월에 한(1) 가족이 한(1) 어린이를 입양해 건강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나가는 취지에서 지난해 제정됐으나 한국인들의 입양에 대한 의식은 전쟁고아를 ‘수출’하던 시절에 머물러 있다. 뿌리 깊은 핏줄 의식이 입양을 터부시하고 있는 셈이다. 오는 19일 결혼하는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결혼 뒤 4명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겠다”고 밝히자 수많은 ‘악플’이 붙었다. 하리수의 자녀 입양을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다. 자신의 몸으로 낳은 아이를 버리는 사람에 비해 그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길우/온라인부국장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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