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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치솟는 노 대통령 지지율의 함정 / 박찬수

등록 2007-04-08 17:16수정 2007-04-08 20:51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요즘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부쩍 올랐다. 〈한겨레〉에서 〈조선일보〉까지, 모든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30%를 훌쩍 넘었다. 임기 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프티에이) 덕분이다.

다시 선거에 출마하지도 않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 걸 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걸 바탕으로 임기 말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더 즐기기 위해, ‘4년 중임제 대통령 개헌’ 발의를 1주일 늦춘 것도 이해할 만하다.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역사적 책무’를 얘기하며 개헌을 밀어붙이던 걸 떠올리면, 한-미 협정이 타결되자마자 약속한 발의날짜를 미룬다는 게 좀 어색하긴 하지만 말이다.

국민 60%가 자유무역협정에 찬성하고, 보수 진영이 총궐기하듯이 노 대통령의 지도력을 극찬하는 와중에도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노무현 정부의 성공은 그 60%가 아니라, 반대하는 30~40%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치솟는 지지율이 정권의 성공을 뜻하진 않는다. 2003년 봄 이라크 침공 직후 90% 가까이 올랐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라크 정책에 대한 미국민들의 냉정한 재평가 속에서 반토막 난 것은 한 예일 뿐이다.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문이 공개되고 국민들이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노 대통령은 부시보다 더 심한 롤러코스터를 탈 수도 있다.

지금 청와대에 그런 걸 우려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에프티에이로 양극화가 더 심화되리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에프티에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농업과 제약 분야 이외에 어느 분야가 더 어려워지고 실업자가 나온다는 것인지 물어봤지만 아무도 분명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근거도 밝히지 않고 막연히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말만 하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답답한 건 오히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다. 반대 집회와 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얘기를 노 대통령이 직접 들은 적이 있는가. 청와대 앞에서 26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왜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걱정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가.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사람의 다수는 아마도 4년 전 대선에서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들일 것이다. 대통령이 지지자들만 고려해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지지자들의 좁은 이해를 뛰어넘는 위대한 리더십’이란 보수 진영의 찬사로 이번 사안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적어도 자신을 지지해준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을 설득해야 할 책임이 노 대통령에게 있다. 대의정치가 살아 움직이려면, 믿음이 정치지도자와 유권자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우선 오래 전부터 토론을 요청해온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를 만나길 권한다. 민주노동당이 작긴 하지만, 이 사안에선 다른 어느 큰 정당보다 분명한 목소리를 내왔다. 임기 초, 개혁에 미온적인 일선 검사들을 직접 만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죠”라는 말까지 했던 노 대통령이, 지금 협정 반대집회에 나선 사람들을 만나는 걸 주저할 이유가 없다. 노무현 정부는 항상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으로 노 대통령이 보수 진영과 소통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건 신기루일 뿐이다. 지금 노 대통령이 진짜 소통해야 하는 건 저 반대편에 서 있는 농민과 서민들이다.

박찬수 /정치부문 편집장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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