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노무현 대통령은 남에게 상처를 잘 주는 사람이다. 본래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았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 증세가 악화됐다. 버럭 화를 내고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참모들은 “솔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의 ‘솔직함’에 상처를 받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지난 2일 밤 담화가 그랬다. 노 대통령은 반대론자들을 마구 야단쳤다. 약까지 올렸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반대하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담화문은 본래 더 공격적인 내용이었는데, 비서들의 만류로 강도가 약해졌다.
노 대통령은 다음날 워크숍에서 “한숨 돌릴 형편은 아닌 것 같다. 이익을 보는 사람도 많겠지만, 손해를 볼 국민도 많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첫날 담화에서 국민들에게 그렇게 솔직히 말해야 했다. 하지만 늦었다. 담화로 이미 가슴이 찢어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궁금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타결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아졌는가? 논쟁이 한창이지만 갈피를 잡기 어렵다. 찬성론자들도 “정부와 기업, 국민 개개인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단다.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그럼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2007년 12월 대선은 끝났다. 여권의 재집권 가능성은 1%에서 0.1%로 줄었다. 협정 타결로 진보·개혁 진영 전체가 갈가리 찢기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 당 지도부와 수도권 의원들은 찬성, 김근태 의원 등 개혁파와 호남 의원들은 반대 기류가 강하다. 108명이 다시 갈릴 것 같다. 위기감도 실종됐다. 통합추진기구는 지리멸렬이다. 자유무역협정을 검증하기 위해 당을 사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세해지고 있다.
의원 23명의 통합신당모임은 찬성과 반대로 갈려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과 민생정치 준비모임은 ‘반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결사반대’다. 시민단체와 노동자·농민 단체는 비준동의 반대나 무효화 투쟁, 심지어 정권 퇴진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노무현 후보가 잇따라 당선된 것은 ‘연합’의 힘이었다. 호남과 충청, 영남 일부가 연합했다. ‘개혁’과 ‘진보’가 연합했다.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만 김대중이나 노무현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많았다. 올 대선에서 이런 식의 연합은 불가능하게 됐다. 물론 여권 몰락의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물을 수는 없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지 ‘서부연합’의 대통령은 아니다.
둘째, 지역, 계층, 산업간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다. 호남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기 체결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 3일 <한겨레> 조사에서 찬성 31.8%, 반대 52.4%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을 강하게 지지했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호남에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산업체라는 것이 별로 없다. 개방을 앞당기면 대한민국은 좀더 잘살 수 있을지 몰라도, 호남은 ‘작살’이 나게 되어 있다. 조사에서는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계층 갈등의 예고편이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계층 갈등의 문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 책임이 크다. 일을 덜컥 저질러 놓고,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정성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그건 ‘박정희식’, ‘전두환식’이다. 요즘 보수 인사들은 화장실에서 웃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 덕분에 손을 대지 않고 코를 풀었기 때문이다. 정권을 공짜로 먹게 생겼기 때문이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둘째, 지역, 계층, 산업간 갈등이 심각해질 것이다. 호남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조기 체결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다. 3일 <한겨레> 조사에서 찬성 31.8%, 반대 52.4%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을 강하게 지지했는데도 그렇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호남에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산업체라는 것이 별로 없다. 개방을 앞당기면 대한민국은 좀더 잘살 수 있을지 몰라도, 호남은 ‘작살’이 나게 되어 있다. 조사에서는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찬성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계층 갈등의 예고편이다. 노 대통령은 대한민국 전체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계층 갈등의 문제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것 같다. 책임이 크다. 일을 덜컥 저질러 놓고,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정성이 없다. 심하게 말하면, 그건 ‘박정희식’, ‘전두환식’이다. 요즘 보수 인사들은 화장실에서 웃고 있다고 한다. 노 대통령 덕분에 손을 대지 않고 코를 풀었기 때문이다. 정권을 공짜로 먹게 생겼기 때문이다. 성한용 선임기자shy99@hani.co.kr
연재성한용 칼럼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