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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 조일준

등록 2007-03-01 17:41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인간의 자동제어 역사는 길다. 2000여년 전 알렉산드리아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헤론은 신전에 자동문을 선보였다. 제사장이 화로에 불을 지피면 파이프 속의 공기가 팽창해 물탱크의 물을 양동이로 보내고, 무거워진 양동이가 도르래를 움직여 문을 여는 원리였다. 불을 끄면 공기가 다시 수축하면서 양동이의 물을 끌어들여 문이 닫혔다. 헤론은 증기기관, 성수(聖水) 자동판매기, 수력 오르간도 발명했다. 조선 세종 때 노비 출신 과학자 장영실은 물의 힘을 이용한 자동 물시계인 자격루를 만들었다. 매시 정각이면 세 개의 나무인형이 각각 종과 북, 징을 치고, 12지신 동물인형이 팻말을 들고 나와 시간을 알려주었다.

자동제어는 20세기 컴퓨터의 발명으로 날개를 달았다. 오늘날 자동제어는 가전제품에서부터 산업용 로봇까지 일반화되어 있다. 미래 자동제어의 정점은 지능형 로봇일 것이다. 사이보그(cyborg)는 사이버네틱 오가니즘(cybernetic organism)의 합성어로, 생물과 제어기계장치의 결합체다. 두뇌를 제외한 신체 일부를 기계로 교체한 사람 또는 동물이다. 반면 ‘인간을 닮은 것’이라는 뜻의 그리스말에서 유래한 안드로이드(android)도 있다. 사이보그와 달리 100% 인조인간 로봇인데 겉보기엔 사람과 거의 구별이 안 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터미네이터>의 주인공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상상력과 감정까지 갖춘 진짜 인조인간은 현재 과학기술로는 여전히 영화 속 이야기다. 박찬욱 감독의 <사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최근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믿는 소녀와 남의 특징을 잘 관찰하고 훔치는 남자가 정신병원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는 줄거리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생명복제까지 넘보는 수준에 왔지만, 아직 인간의 감정과 도덕적 판단능력까지 로봇의 영역은 아니다.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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