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작년까지는 갈라지지 않는다고 봤다. 그런데 지금은 갈라질 수도 있다고 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을 ‘굴러온 돌’로 여긴다. 지지 계층이 너무 다르다.”(열린우리당 최고위원)
“어떤 상황이 와도 한나라당은 갈라지지 않는다. 지금 한나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최고 가치는 당의 단합이다. 10년 야당의 설움, 희망 없는 민생고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다.”(차명진 한나라당 의원)
요즘 정가의 최대 관심사는 ‘한나라당이 깨지느냐, 안 깨지느냐’다. 기자들에게 묻는 정치인들도 있다. 당사자들도 모르는데 기자들이 어찌 알겠나. 내로라 하는 고참 기자들도 전망이 엇갈린다.
<한겨레>의 지난 24일 여론조사 수치를 살펴보자. 이명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게,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지지하겠느냐고 물었다. 75.9%가 ‘지지하겠다’, 18.0%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각각 70.9%와 21.7%였다.(1000명 대상,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탈당해서 출마해도 찍겠다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치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재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 후보에 대한 응답자들의 ‘고집’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앞으로 벌어질 정국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로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이명박-박근혜의 경선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경선 참여하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그들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다. 정치인들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양쪽 모두 ‘이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시장는 ‘민심’이나 ‘당심’에서 모두 앞선다고 자신한다. 판을 깨고 뛰쳐나가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주인’을 자처한다. 더구나 최근 검증론으로 ‘당심’, 특히 밑바닥에서 재역전에 성공했다고 장담한다. 선거는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쟁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현행 선거법은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탈당을 하거나, 다른 당 후보를 지원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 패자가 탈당을 하면 한나라당은 일단 깨진다. 그런데 유권자들, 특히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이런 ‘배신자’를 어떻게 대접할까? 아마 정치적으로 처절하게 몰락시킬 것이다. ‘배신자’와 손을 잡는 다른 후보에게까지 참화가 미칠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똘똘 뭉칠 것이다. 결국 깨지지 않게 된다는 얘기다.
경선 후보등록 직전에 한 사람이 갑자기 탈당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당장은 깨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대선은 올 12월에 치러진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충분한 토론을 거쳐 어느 한 쪽으로 지지를 몰아줄 것이다. 97년 ‘이인제 학습효과’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깨지지 않는다. 여기서 한나라당은 ‘당명’이 아니라, ‘실체’를 말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이탈 가능성은 차원이 좀 다르다. 그가 탈당한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 한 귀퉁이가 부서지는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른바 ‘3김’ 시절 정당의 주인은 총재, 곧 대선후보였다. 지금은 정당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당의 주인은 지지자들이다. 누구도 지지자들의 지엄한 ‘명령’을 거역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여권 정치인이나 지지자들 중에 한나라당이 깨진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기대는 부질없다. 여권의 희망은 ‘손님 실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선임기자.shy99@hani.co.kr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이탈 가능성은 차원이 좀 다르다. 그가 탈당한다고 해서 한나라당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 한 귀퉁이가 부서지는 정도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른바 ‘3김’ 시절 정당의 주인은 총재, 곧 대선후보였다. 지금은 정당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당의 주인은 지지자들이다. 누구도 지지자들의 지엄한 ‘명령’을 거역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여권 정치인이나 지지자들 중에 한나라당이 깨진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기대는 부질없다. 여권의 희망은 ‘손님 실수’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선임기자.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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