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우 온라인 부국장
편집국에서
지난해 5월 북한 핵문제 전담대사였던 그가 산둥성 웨이하이(위해)시 부시장으로 옮길 때만 해도 그를 큰 인물로 만들고자 하는 중국 중앙정부의 배려인 줄 알았다.
중국 공산당은 중앙정부의 관리를 지방에 파견하는 오래 된 전통을 갖고 있다. 이른바 괘직(掛職) 제도로 공무원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후진타오 현 중국 국가주석 역시 두메인 티베트에 파견돼 근무했다. 조그만 지방도시 부시장이었던 그가 담당한 직무는 대외 관련 업무였다. 웨이하이시는 한국인 1만5000여명, 한국 기업이 2000여 회사가 진출한 한-중 경제교류의 전초 기지다.
중국 외교부 안에서 한반도 문제에 가장 정통한 외교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리빈(51) 전 주한 중국대사가 외교업무뿐 아니라 행정업무를 겸비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그가 한국에 근무하며 쌓은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의 경제교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그가 지난해 12월부터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는 현재 국가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중국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하이시 부시장직에서도 해임된 그가 어떤 국가기밀을 누설했는지는 추측만 무성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 사전 누설과 6자 회담과 관련한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설이 유력할 뿐이다.
그는 주한 대사로 근무하며 정력적이고 폭넓은 외교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비록 그가 한국 대사로 부임 당시 비교적 젊은 나이(45)에 외교부 부국장이라는 높지 않은 직급이었지만, 한국의 정계·관계·경제계 고위인사들과 두루 교류를 하며 양국의 이해 증진에 기여했다. 유창한 한국말을 부려쓰는 그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남·북을 넘나들며 35년을 한반도 문제에 마음을 쏟았기 때문이었다.
베이징이 고향이 그는 지난 1972년 1월 평양에 가서 김일성대학의 조선어학과에 입학했다. 졸업 직후 평양의 중국대사관에 외교관으로 첫발을 디딘 그는 평양에서 6년을 근무한 뒤 베이징에 들어가 외교부 아주국에 근무하다가 4년 만에 다시 평양으로 가 5년 동안 두번째 북한 생활을 했다.
92년 귀국하고서 2년 뒤 서울의 중국 대사관에 부임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중국과 한국의 국교 정상화 실무작업을 한 뒤 다시 97년에 평양에 가 세번째 북한 근무를 했다. 2001년 9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서울에서 대사 소임을 했다. 귀국 뒤엔 북한 핵 전담대사로 6자 회담 의장국 차석대표로 근무하다가 웨이하이시 부시장에 부임했다. 오랜 북한 근무 탓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때 안내와 통역을 맡기도 했다.
아마도 리빈 전 대사는 웨이하이시 부시장으로 갈 때부터 중국 중앙정부의 은밀한 조사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4년 4월에 행해진 ‘극비 방중’ 때도 중국 외교부 관련자 네 사람이 사전 언론 노출과 관련해 넉 달 뒤 비밀리에 처벌받기도 했다. 수교 15년째인 한국과 중국 관계에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이 한-중 외교무대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아쉽기만 하다. 주한 중국 대사시절 그는 전직 중국 특파원단을 주기적으로 만나며 호방한 모습으로 폭탄주를 제조해 함께 마시곤 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중국 인사들에게 한국의 폭탄주 문화를 설명하며 양주잔을 ‘뇌관’으로 쓰라며 선물하기도 했다. ‘만남’과 ‘애모’를 열창하던 그를 떠올리며, 아직 비공개와 비밀이 무겁게 ‘상존’하는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을 실감한다. 이길우 온라인 부국장 nihao@hani.co.kr
아마도 리빈 전 대사는 웨이하이시 부시장으로 갈 때부터 중국 중앙정부의 은밀한 조사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4년 4월에 행해진 ‘극비 방중’ 때도 중국 외교부 관련자 네 사람이 사전 언론 노출과 관련해 넉 달 뒤 비밀리에 처벌받기도 했다. 수교 15년째인 한국과 중국 관계에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이 한-중 외교무대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매우 아쉽기만 하다. 주한 중국 대사시절 그는 전직 중국 특파원단을 주기적으로 만나며 호방한 모습으로 폭탄주를 제조해 함께 마시곤 했다. 그리고 한국을 방문한 중국 인사들에게 한국의 폭탄주 문화를 설명하며 양주잔을 ‘뇌관’으로 쓰라며 선물하기도 했다. ‘만남’과 ‘애모’를 열창하던 그를 떠올리며, 아직 비공개와 비밀이 무겁게 ‘상존’하는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을 실감한다. 이길우 온라인 부국장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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