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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노 대통령과 그의 비서들

등록 2007-01-23 19:19수정 2007-01-24 07:46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칼럼
5공화국 말기에 있었던 일이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동생 전경환씨를 국회의원으로 대구에 출마시키려고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현재 한나라당 의원인 김용갑씨였다. 김용갑 수석이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다면서, 다짜고짜 “각하, 제가 누굽니까”라고 물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누구긴 민정수석이지”라고 대답했다. 김 수석은 이런 요지의 발언을 했다.

“민정수석은 대통령의 눈과 귀다. 전경환씨 국회의원 시키면 민심이 악화한다. 한 집안에서 대통령만 나오면 됐지, 국회의원까지 해야 하느냐. 꼭 하고 싶다면 각하 물러난 뒤에 우리가 책임지고 시켜주겠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김윤환 비서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전두환 대통령은 “전경환이 안 된다는 게 맞는 말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김윤환 실장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씩씩대다가 경상도 사투리로 “치아 뿌라”고 했다. ‘전경환 국회의원’은 그렇게 해서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5공 찬양이 아니다. 독재자에게도 직언을 하는 참모들은 있었다는 얘기다. 제왕 시절 참모들은 주군에게 직언을 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참모는 간데없고 비서만 나부껴’(〈한겨레〉 19일치 2면)라는 기사에 대해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이 반론(〈한겨레〉 23일치 29면)을 보내왔다. 적절히 재반박을 하는 것이 예의일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과 윤 수석은 대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기자들이 죽치고 앉아 담합한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이번 기사를 쓴 것이 아니다. 대연정 제안, 임기 단축 발언, 개헌 제의 등을 보면서 노 대통령이 민심에서 자꾸 멀어져 가는 원인이 궁금했다. 취재에 도움을 준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은 한결같이 노 대통령의 즉흥성과 ‘정치 참모’ 부재를 원인으로 꼽았다.

둘째, 기자실 발언은 노 대통령 스스로 ‘해프닝’이라며 사과했다. ‘사고’였다는 것을 본인이 시인한 것이다.

셋째, 기사를 ‘성토’의 일환이라고 했는데, 좀 지나친 표현이다. 지면 제약 때문에 다 쓰지 못해서 그렇지 분석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다. 누군가를 성토하는 기사를 그냥 내보낼 정도로 〈한겨레〉 데스크가 허술하지 않다.


넷째, 개헌에 대한 보도 태도를 문제삼고 있는데, 〈한겨레〉는 첫날 사설에서 ‘개헌론,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 있다’고 썼다. 그리고 이틀 뒤 ‘개헌론 접는 게 순리다’라고 썼다.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은 ‘계도지’ 시대가 아니다. 다른 신문 사정은 알 바 아니지만, 〈한겨레〉에 국민 계도를 기대했다면 그건 노 대통령의 착각이다.

다섯째, 윤 수석은 언론이 주로 대통령의 표현을 문제 삼고, 그 원인을 대통령의 감정이나 성격에서 찾는다고 했다. 대통령의 감정이나 성격은 개인 소유물이 아니다. 평범한 가장들도 집에서 할 말을 다 못하고 산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할 말 다 하겠다’는 것은 막가자는 것이다. 선거로 권력을 창출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자의 ‘태도’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콘텐츠다. 많은 사람들이 노 대통령의 거침없는 태도에 짜증을 내고 있다.

노 대통령의 기자실 발언 이후 유시민 장관은 “내가 잘못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기자들에게 사과했다. 그렇지만 이번 일로 노 대통령만 이상한 사람이 되고, 유 장관은 빠져나갔다. 유 장관은 노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던 사람이다. 그런가? 지금 청와대나 내각에는 진정한 참모가 눈에 띄지 않는다. 그건 노 대통령의 잘못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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