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 경비업체 삼성에스원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한 ‘영업딜러’들의 모임인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려다 갑자기 경찰에 연행되기 시작했다. 회견을 열기 위해 인도로 이동하다 전·의경과 경찰버스가 가로막자 이를 에둘러 가기 위해 찻길로 나오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도로교통법 등 위반 혐의로 13명을 연행했다.
물론 차가 드나드는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려 한 것은 주최 쪽의 무리한 시도였다. 그러나 이날 경찰의 대응은 유난히 과도하고 거칠었다.
회견 참가 인원이 20여명에 불과했는데도, 비슷한 규모의 기자회견이 벌어질 때 동원되는 것보다 세 배 이상 많은 300여명의 전·의경이 주변에 배치됐다. 평소 보이지 않던 전경버스로 차벽을 둘러친 것도 이례적이었다. 연행 과정에서도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무엇보다 이런 규모의 행사, 그것도 기자회견에서 대규모 연행 사태가 빚어진 것 자체가 보기 드문 일이다. 왜 그랬을까?
경찰은 지난해 6월 경비업법과 관련해 “경비업체가 영업딜러에게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삼성에스원은 이를 바탕으로 1700여 딜러와의 계약을 일괄 해지했다. 그러나 법제처는 지난 2일 “영업딜러도 경비시스템의 설치 권유 및 주선, 계약 체결의 중개 등은 수행할 수 있다”며 경찰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경찰이 지난해 영업딜러의 존재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면, 대량 계약해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게 노동자연대 쪽 주장이다.
그러고 보니 이날 경찰의 태도는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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