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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야누스 / 조일준

등록 2007-01-04 17:04수정 2007-01-04 17:57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의 신들은 대부분 겹친다. 그런데 야누스(Janus)는 로마에만 있는 몇 안 되는 신의 하나다. 로마의 최고신으로 모시는 야누스는 경계선을 지키는 신이자 문을 여는 신, 곧 모든 사물과 계절의 시초를 주재하는 신이었다. 각기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두 얼굴은, 공간적으로는 문의 앞과 뒤를,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보기 위함이다. 영어로 ‘1월’(January)과 ‘문지기·수위’(janitor)도 야누스에서 왔다.

로마인들은 낮이 가장 짧았다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12월 동지 때부터 새로운 태양의 탄생, 새해의 시작을 기념하는 사투르누스 축제를 성대하게 벌였다. 이 때만큼은 귀족·노예의 구별도 없었다. 야누스는 마르스와 함께 전쟁의 신이기도 하다. 로마를 건국한 로물루스에게 처녀들을 빼앗긴 사비니족이 로마를 습격하자, 야누스가 뜨거운 샘물을 분출시켜 적을 물리쳤다는 전설이 있다. 그 때부터 로마 중심부에 있는 야누스 신전의 문은 평화로울 때는 닫혀 있고 국가가 전시 상태일 때는 열려 있었다고 한다. 닫혔던 적은 누마와 아우구스투스 치세 시절뿐이지만.

서구의 태양력과 우리의 태음력이 다르긴 하지만, 우리도 정월 고유의 민간신앙과 축제가 있다. 바로 장승제다. 장승 역시 지역간의 경계표나 이정표, 또는 액을 물리치고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 구실을 했다. 지방에 따라 장생·벅수·법수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으나, 남녀로 쌍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정월 초하루나 보름이면 마을 대동제를 지내면서 묵은 해의 장승을 거두고 새로 장승을 세우기도 했다.

한 몸이냐 두 몸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야누스와 장승 모두 두 얼굴을 필요로 했다. 이때 ‘두 얼굴’은 표리부동이 아니라 음양과 조화, 두루 살핌의 상징이다. 우리의 1월, 우리의 새해는?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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