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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집값 잡기의 두려움 / 김용창

등록 2006-12-22 17:00

김용창/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김용창/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나라살림가족살림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올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이 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올랐다며, 현재 벌어지는 상황은 한 세대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비정상적인 현상이고, 이런 상황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집값, 특히 아파트 값이 너무 비싸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막상 정책당국이 ‘집값 떨어뜨리기’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을 보면 도대체 집값을 잡으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동안 언론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금폭탄 투하설을 연일 유포하였고, 국회의원은 전단지를 만들어 가면서 종합부동산세 거부 운동을 독려하다 자진 신고율이 98%에 육박하자 머쓱해하고 있다. 종부세 대상자를 보면, 개인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 23만7천 가구는 주민등록상 전국 세대수 1777만 가구의 1.3%에 불과한 반면, 2채 이상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 수는 81만5천채로 과세 대상 총 주택 88만3천채의 92.3%를 차지하고 있다. 집값이 문제라고 하면서 그동안 1.3%를 위해서 너무 많은 사회적 에너지를 낭비한 것이다.

세금폭탄 운운한 일부 언론과 건설업계, 관료집단은 머쓱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과녁을 바꾸어 아파트 반값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힘을 모으고 있고, 분양가 공개 및 절대적 인하의 문제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있다. 건물을 분양하고 땅은 빌려주는 방식이 엄밀하게 말해서 반값 아파트 공급방식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이 논쟁의 본질은 ‘고무줄 분양가’ 시스템을 개혁하여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를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의 물꼬를 트는 데서 그 의의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일률적으로 시행할 경우 주택품질 저하가 우려되고 민간의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며, 서민의 주거안정을 제고하기 위해 시행 중인 분양가 상한제가 오히려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것이 주택건설업자도 아닌 정부 관료의 견해다. 이쯤 되면 겉으로는 집값이 비싼 게 문제라고 동의하고도 실제로는 집값을 절대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싫다는 일종의 정신분열증적 사고를 보이는 것이다.

집값을 잡지 못해 주택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건설교통부와 청와대가 뭇매를 맞으면서 재정경제부가 새로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지만 재경부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2002년 말 415조원이었던 단기 유동성이 2006년 9월 현재 529조원이 되도록 재경부는 변변한 관리전략 없이 속수무책으로 방치하면서 집값 상승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리고 11월 말 현재 주택담보 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형태이면서 잔액이 214조원에 이르고 있고, 제2금융권까지 연계하면 담보대출 비율이 90%를 넘는 지경에까지 오면서 금리정책을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사용할 시기를 놓쳐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집값을 절대적으로 떨어뜨리면 가계금융 부실과 이로 인한 금융기관 부실을 불러와 금융위기 또는 경제위기를 유발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집값을 잡아야 하면서도 두려운 것이다. 이제 ‘집값을 인위적으로 잡는 것은 위험한 사고일 뿐 아니라 반시장적’이라는 논리를 펴야 하고, 집값을 지금보다 약간 떨어뜨리거나 현상유지를 시키는 것이 정책목표가 된, 참으로 딱한 상황이다. 1.3%의 집단과 고무줄 분양가를 온몸으로 지탱하면서 파국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여전히 그 주창자들은 요지부동으로 변하지 않고 있다.

김용창/세종대 교수·부동산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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