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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얼음공주의 수수께끼 / 조일준

등록 2006-12-21 17:25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1. 어둠속에서 찬란하게 날아다니는 유령, 모두 그것을 찾아 헤맨다. 그것은 밤마다 되살아나고 낮이면 죽는다.

#2. 불꽃처럼 타오르나 불꽃은 아니며, 심장이 멎으면 차가워지고 정복을 꿈꾸면 타오른다. 그 색깔은 석양처럼 붉다.

#3. 그대에게 불을 주며 그 불을 얼게 하는 얼음, 이것이 그대에게 자유를 허락한다면 그대는 노예가 되고, 이것이 노예로 인정되면 그대는 왕이 된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수수께끼다. 답은 ‘희망’, ‘피’, 그리고 ‘투란도트’다. 중국의 투란도트 공주는 남성 혐오증과 타타르국에 대한 복수심으로 얼음장처럼 차갑다. 공주는 수수께끼를 푸는 남자의 청혼을 받아주되 못 풀면 처형해 버린다. 수많은 왕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운명은 얄궂은 법,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가 신분을 감추고 청혼해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수수께끼는 수수재끼, 수께질검, 수리치기 등의 방언으로도 불린다. ‘황소(수소)를 걸고 겨루는 놀이’라는 민간어원설, ‘글자로 헤아려 아는 격담’ 이라는 뜻의 ‘시시격’(猜詩格) 또는 ‘술수(術數)+꺾기’에서 왔다는 얘기가 있다. 옛문헌에 나오는 ‘슈지엣말’에서 근거를 찾는 학자도 있다. ‘슈지’(휴지)가 ‘불필요한 것’ ‘쓸데 없는 것’으로 뜻이 바뀌어 ‘슈지엣말’이 ‘빗대어 물어보는 쓸데 없는 말’이 됐으며, 18세기 후반에는 ‘슈지겻기’(슈지+겨루기)란 단어가 나온다는 것이다.(충북대 조항범 교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투란도트에게, 칼라프는 제안한다. “날이 밝기 전에 내 이름을 알아내면 기꺼이 죽으리다.” 그러나 공주의 냉혹한 마음은 칼라프를 대신해 죽음을 택한 여인 류로 인해 꽃을 피운다. “이방인의 이름을 알아냈어요. 그대 이름은 …, 사랑!”

새해엔 희망·정열·사랑, 이런 낱말들이 답인 수수께끼가 많길 바란다.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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