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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국민연금의 남은 개혁과제 / 전창환

등록 2006-12-20 17:12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나라살림가족살림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금융화가 고령화와 맞물려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금융화와 고령화의 중간 매개구실을 하는 연금제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세대간 사회적 연대를 중시하는 부과방식의 공적 연금제도를 약화시키고 그 안에서 적립방식의 사적 개인연금의 비중을 높여가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다. 또한 최근에는 아예 공적 연금제도를 없애고 적립형의 사적 개인연금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의 경우, 공적 연금제도 개혁과 관련한 논의는 소득비례 연금과 기초연금이 뒤섞인 현행 단일체제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려는 정부 및 여당안과, 현 국민연금 체제를 소득비례 연금과 기초연금으로 이원화하는 한나라당의 구조적 개혁안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최근 보건복지위는 2003년 10월 16대 국회에서 제출되었다가 3년 이상 표류했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개혁법안의 핵심은 저부담(낮은 연금보험요율)-고급여로 장기 재정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던 국민연금의 부담률과 급여수준(소득대체율)을 조정한 데 있다.

지금까지는 평균 소득자가 40년 동안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퇴직 전 소득의 60%를 받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구조에서는 심각한 재정적 부담으로 말미암아 미래 세대들이 치러야 할 부담률이 급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06년 말 통과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보면, 급여수준을 현행 60%에서 2008년부터 50%로 낮추는 대신 연금보험 요율은 현행 소득의 9%에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0.39%포인트씩 올려 12.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가입자들에게는 이번 개혁안이 ‘더 내고 덜 받는’ 실망스러운 안으로 비칠지는 모르지만 국민연금의 장기 지속 가능성에 비춰볼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을 계기로 국민연금보다 훨씬 더 심하게 저부담-고급여 체계로 되어 있는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도 수술대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에는 보험요율과 급여 수준의 조정보다 훨씬 이견이 심했던 기초노령 연금법 제정안도 포함되어 있다. 기초노령 연금법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한 방안으로 제기된 것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 모두 내용은 다르지만 총력을 다해 관철시키고자 했던 사안이었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부담과 예산제약을 이유로 지급대상을 65살 이상 노인의 60%로 한정하고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를 2008년부터 지급하는 안을 처리했다. 기초노령 연금의 지급 대상과 급여 수준은 야당의 요구에 훨씬 못미치는 초라한 수준이다. 이런 정도로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기초노령 연금제 도입 방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정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기초연금의 급여율을 높여가야 한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체 가입자의 25∼30%를 차지하는 납부 예외자를 줄이고 지역 가입자로 인정·등록되어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최대한 직장 가입자로 편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은 숱한 개혁과제를 안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다음의 두 가지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첫째, 권한과 책임의 소재가 불분명한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둘째, 국채 위주의 안전자산을 그저 보유만 하고 있는 현행 적립금 운용방식이 국민경제에 어떤 부작용을 낳고 있는지 대해서도 다각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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