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승 논설위원
유레카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영업 확장 전략은 단순하다. 상권 선점으로 수요를 독점하는 것이다. 우선 경쟁이 덜한 중소도시에 가장 먼저 매장을 연다. 초기 공격적인 최저가 경쟁으로 재래 상권을 궤멸시킨다. 그렇게 지역의 판로와 수요를 독점하고 나면 서서히 이익 극대화에 나선다. 싼 물건값은 유지하되 임금과 납품 단가를 더 낮추는 게 핵심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한 <싼값의 비싼 대가>(The high cost of low price)는 ‘월마트 이후’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월마트의 모토인 ‘매일 최저가’(everyday low price)를 빗댄 제목이다. 가게 문을 닫고 월마트에 취업한 자영업자들 삶, 축구장 만한 주차장에서 끊이지 않는 범죄, 동남아시아 매장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과 노조탄압 현장 등을 영화는 생생하게 전한다. 한 매장 계약직 노동자는 “받은 임금의 절반을 다시 월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데 쓴다”고 넋두리한다. 재래 상권의 몰락과 납품 제조업체의 종속, 저임금의 악순환과 범죄·환경·교통 환경의 악화. 이 영화가 말하는 월마트의 ‘비싼 대가’들이다.
흥미로운 건 이 영화가 만들어진 과정이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시민사회로부터 아이디어와 이야기를 수집했고, 수백명의 자원자가 현장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수천개의 극장을 입도선매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달리, 수천개의 교회, 학교, 공원을 개봉관으로 삼았다. 개봉 첫주 미 전역 3천여곳에서 상영됐고 디비디도 수십만개가 팔렸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이마트의 전략도 월마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가 5만에 불과한 태백시에 곧 대형 매장을 열 계획이고, 얼마 전에는 기존 상권에도 ‘미니 이마트’를 짓겠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안티 운동에 직면해 ‘전쟁 상황실’까지 꾸린 월마트의 뒤를 따를 참인가 보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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