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사방에 북소리가 넘쳐난다. 우선 ‘동네북’. 국어사전은 동네북을 ‘여러 사람이 두루 건드리거나 만만하게 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한다. 지금 동네북의 으뜸은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다. 가장 신이 난 고수는 언제부턴가 생뚱맞게도 비판 언론, 대안 세력임을 자임하고 나선 집단과 곡학아세하는 몇몇 지식인이다. 정부의 무능과 실정에 지친 국민도 동네북을 두드린다. 이유야 많지만, 어쨌든 보기 짠할 정도다.
‘동네북’의 유래는 분명찮다. 우리말 어원사전에도 없다. 혹자는 과거 마을잔치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지금도 시골에선 웬만한 마을잔치에 사물놀이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꽹과리·장구·징·북 중에서 초보자도 쉽게 다룰 만한 게 북이어서 아무나 북채를 잡곤 했다는 것이다. 본디 사물은 불가의 법고·운판·목어·범종 등 네 가지 악기를 가리키던 말이었다.
다른 한편에선 양철북 소리가 쟁쟁하다. 귄터 그라스는 <양철북>에서, 세 살이 되자 스스로 성장을 멈춰버린 꼬마 오스카의 눈을 빌려 나치즘을 비롯한 어른 세계의 추악한 모순과 욕망을 통렬히 조롱한다. 오스카는 어른들의 위선과 기만을 대할 때마다 괴성을 지르며 양철북을 두드려댄다. 나름의 저항이자 반발이며 창조를 촉구하는 파괴의 초혼굿이다. 우리 사회에선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기층민중의 비명이 이에 해당할 터이다. 그러나 이런 양철북 소리는 “종합부동산세 거부”, “불법집회 엄단”과 같은 또다른 양철북 소리에 묻히기 일쑤다. 노 대통령의 최근 ‘탈당’ ‘임기 단축’ 발언도 나름의 효과를 본 양철북일 게다.
이런 와중에, 신문고 소리에 귀기울이는 이 적고, 전진을 독려하는 용북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중생을 깨우치고 해원상생 발원하는 법고 소리, 저 깊은 곳 심장을 울리는 큰북 소리를 듣고 싶다.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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