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코드명 S의 배신 / 이길우

등록 2006-11-23 17:36수정 2006-11-24 09:51

이길우 온라인 부국장
이길우 온라인 부국장
아침햇발
그는 두려워했다. 자신에게 가해질지도 모르는 테러에 대해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경찰의 경호를 받고 있어요. 차를 모는 것도 겁나요. 특히 트럭이 다가오면 얼른 피해요.”

그는 최근까지 경인방송의 공동대표였던 신현덕(54)씨다.

지난달 31일 방송위원회 국감에서 경인방송의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국내 주요 정보를 미국 정부에 보고하고 있다며 자신도 일부 보고서를 작성했었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인의 ‘미국 스파이설’을 제기한 것이다.

신씨를 만난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한 참기 힘든 호기심 때문이었다.

“왜 백 회장을 그렇게 생각하나요?”

“그는 자신이 20여년간 조직(커넥션)에 속했다며, 그 조직은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어요. 자신의 코드명은 ‘아담스’이고 만약 조직을 배신하면 2~3대에 걸쳐 보복을 받을 것이라고 했어요. 만든 보고서가 다음날 아침이면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책상 위에 올라간다고도 말했어요.”

“어떻게 보고서를 작성했나요?”


“처음엔 백 회장이 국내외 정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했어요. 그러곤 숙제를 줬어요. 예를 들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개발을 한 이유를 정리해 보라는 것이었어요. 보고서를 건네주었더니 며칠 뒤 영어로 번역한 보고서를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신씨는 ‘S’라는 코드명을 부여받았고, 그 보고서는 ‘S-1’이 됐다.

“그 보고서가 미국 정부로 간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백 회장은 국정감사장에서는 해외 지사들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하지만 별도의 사무실에서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에 관련된 기구조직과 활동 내용을 교육받기도 했죠. 백 회장은 시간이 흐른 뒤 나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러 사람들로부터 국내 정치상황과 북한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해 미 정보기관에 전달한다고 했어요.”

“왜 폭로했나요?”

“국가에 해가 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사법기관에 고발할 생각도 했으나 ‘적국’ 북한이 아닌 ‘우방국’ 미국에 정보를 전달한 행위가 사법처리되기 어려운 현실에서, 국회 청문회에서 말하면 발언의 진위를 공개적으로 가릴 것이라고 판단했죠.”

이에 대해 백 회장은 “증권가 ‘찌라시’ 문건보다 못한 내용의 보고서를 미국에 보내겠느냐?”고 반문하며, 신씨의 경인방송 경영권 장악을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 회장은 자신과 리처드 롤리스 미국 국방차관보와의 친분을 숨기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에서 최고의 ‘한국통’으로 꼽히는 롤리스 차관보는 한때 한국에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활동했고, 신씨가 교육받았다는 서울 소공동 사무실의 등기부상 현재 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두 사람의 ‘진실게임’은 국회 문광위가 두 사람을 검찰에 위증죄로 고발해 검찰 수사로 넘어간 형국이다.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장은 “모든 정보의 95%는 공개된 출처에서, 나머지 5%는 비밀 출처에서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신씨에게 다시 물어보았다. “왜 백 회장이 당신에게 보고서 작성을 요구했을까요?”

“미국 정보기관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시각에서 정세보고 한 것을 가장 신뢰한다고 백 회장이 말했습니다.”

미국의 권위있는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피터 싱어 연구원은 자신의 저서 <전쟁대행주식회사>(Corporate Warriors)에서 “많은 나라와 정치집단이 정보 분석의 대부분을 사기업과 컨설턴트에 아웃소싱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각계각층에 깊숙이 포진한 이른바 ‘미국 장학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씨의 배신이 의미가 있는 이유다. 이길우 온라인 부국장 niha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1.

[사설] 속속 드러난 ‘윤석열 거짓말’, 언제까지 계속할 건가

기념비적 판결, 그러나 추악했던 국가 [세상읽기] 2.

기념비적 판결, 그러나 추악했던 국가 [세상읽기]

트럼프 ‘가자 리조트’ 구상, 다른 목적은 무얼까 [2월6일 뉴스뷰리핑] 3.

트럼프 ‘가자 리조트’ 구상, 다른 목적은 무얼까 [2월6일 뉴스뷰리핑]

그 많던 북한군은 다 어디로 갔나?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4.

그 많던 북한군은 다 어디로 갔나?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나’에게 [똑똑! 한국사회] 5.

뉴스를 보고 싶지 않은 ‘나’에게 [똑똑! 한국사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