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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증권거래소의 상장과 공공성 약화 /전창환

등록 2006-11-22 19:13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나라살림가족살림
기존에 회원제 조직을 유지해 오던 전세계 주요 거래소들이 1970∼80년대 이후 주식회사로 전환하여 상장(IPO)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가장 오랫동안 회원제 조직을 유지했던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는(NYSE)는 주식회사로의 전환과 상장을 거친 데 이어 최근에는 전자거래소인 아키펠리고사와 통합하여 거대 기업그룹이 되었다. 이웃 일본에서는 오사카거래소가 2001년 4월 가장 먼저 주식회사로 전환하였으며 뒤이어 도쿄거래소도 동년 11월에 주식회사 형태를 채택했다. 마침내 오사카거래소는 2004년 4월 주식을 상장했으며, 동경거래소도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가 2009년까지 상장하기로 했다.

이런 전 세계적인 추세가 우리에게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우선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의 일환으로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가 통합되었다. 통합거래소가 된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2005년 1월 증권회사, 선물회사 등으로 구성된 기존 회원을 주요 주주로 하여 주식회사로 출범했다. 주식회사로 바뀐 증권선물거래소는 최근 구주매출 방식에 기초한 공모를 통해 상장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에 필요한 사전 정지작업들을 해 왔다. 현재로서는 2007년 4월께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IPO)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증권(선물)거래소의 전 세계적인 상장 경향은 어떤 의미를 지니며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가? 기본적으로 거래소는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한 상장심사 기능뿐만 아니라 내부자 거래와 주가조작 등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심사와 회원감시를 동시에 수행해 온 일종의 사회·공공적 성격을 갖는 자율 규제기관이다. 특히 거래소의 자율규제 기능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거래소가 시장에 가장 가까이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높고 신속한 감시·감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시장의 질적 개선에 필수불가결한 윤리적 기준의 준수와 관련해서는 거래소와 같은 자율규제 기관이 관료주의적 타성에 젖은 공적 규제당국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구실을 할 수 있다.

거래소가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여 상장을 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영리와 수익성을 추구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과연 이 경우 거래소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자율규제 기능이 제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은 거래소의 수익성과 영리 추구 행동이 거래소의 자율규제 기능(시장감시 기능)과 이해상충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더 중요한 것은 공적 당국의 규제만으로 이해상충을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거래소의 자율규제 기능이 유지·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일본 모두 거래소의 상장과 관련하여 거래소의 준 공적 기능인 자율규제 업무를 어떻게 유지·강화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해 왔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거래소 상장 자체가 이렇다할 만한 사회적 의제가 되지 못함으로써 거래소의 자율규제 업무 재정립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최근 들어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에 따른 상장차익의 처리문제와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을 공론화하는 것은 뒤늦게나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거래소의 시장감시 기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차제에 거래소의 자율규제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유지·강화할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거래소의 거버넌스 구조를 현행대로 유지한 채 거래소가 내부에서 자율규제 기능을 수행하는 최악의 상태만은 피해야 한다.

전창환/한신대 교수·국제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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