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요즘 집이 없거나 좀더 넓은 집으로 가고자 나름대로 저축하며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은 집값 얘기가 나오면 아예 고개를 돌릴 정도가 됐다. 조금 기다리라, 주택 가격 상승은 이제 끝났다고 하던 정부 말을 믿고 참던 사람들은 판교 새도시 아파트가 평당 1800만원으로 분양되는 것을 보고 아연해하다 뒤이은 집값 폭등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시민상담 창구에 들어오는 목소리는 집값 폭등으로 집을 살 기회를 잃은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전세금도 덩달아 올라 30~40%나 올려달라는 주인 요구에 기막혀하는 사람, 그나마 나가겠다고 했더니 너무 비싸게 내놔 제때 전세금을 받지 못하여 피해를 보게 된 세입자들의 하소연이 그치지 않는다.
몇 주, 한 달 사이에 1억, 2억원씩 오르는 집값이 50~60평, 100평짜리 아파트 초고가 주택의 얘기가 아니고 중산층 시민들이 원하는 30평 안팎의 아파트라면 전혀 다른 얘기다.
실망과 안타까움을 넘어 절망과 분노의 행렬이 시작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도 내수 진작과 경제성장률 집착으로, 시민들로 하여금 절망과 분노를 넘어 삶의 평상심을 잃게 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지금 집값 폭등은 한정된 주택 물량에 비해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생기는 문제라고 일반인들까지 말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은행권만 해도 가계대출 잔액이 330조원이고, 이 가운데 주택 담보 대출이 210조원으로, 5년 전보다 두 배 반으로 늘었다. 안 그래도 시중에 유례없이 많은 돈이 돌고 있고, 대기업들의 현금 보유 사정도 사상 최대인 상황에서 정부는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수도권 새도시 등 끊임없는 개발계획을 내놓으며 그 땅값 보상으로 엄청난 돈을 풀었고, 보기드문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권은 주택 담보 대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나마 정부는 금리정책을 만지작거리더니 결국은 내수 확대와 경제 성장률 우선 주장에 밀려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풀린 돈을 모을 생각을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약간의 세금부담 상승과 관계없이 이 정부 아래서는 집을 많이 갖고 있는 게 상책이라는 사람들의 판단이 옳다는 것과 이제 담보 대출을 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낫다는 생각에 확인 도장을 찍어주고 만 셈이다.
1980년대 후반 부동산 가격이 5~6년 동안 2~3배로 폭등한 일본의 거품 붕괴는 89년에서 90년 사이에 2.5% 수준의 금리를 6%로 인상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10년 동안 상업 부동산의 경우 70~80%가 폭락하고 주택의 경우도 50~60% 폭락하면서 금융계의 연이은 도산 등으로 이어지는 재앙이 지속되었다.
정부는 일본과 우리는 사정이 다르고 금리의 대폭 인상이 가져올 내수 위축과 성장률 축소를 고려해 볼 때 지금은 금리인상 정책을 펼 때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방관하다가 결국 부동산 문제가 시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되자, 뒤늦게 금리를 크게 올려 큰 사회적 대가를 치른 일이 이제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뒤늦게 담보대출로 주택을 마련한 시민들이 지게 될 부담과 이로 말미암은 피해와 원성은 정권을 넘어 계속될 것이다.
정말 집값을 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막대한 가계 부채로 야기될 위험을 예방하려면, 정부 스스로 정부 안의 저금리 고수론 등 정책적 혼선을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정말 집값을 잡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막대한 가계 부채로 야기될 위험을 예방하려면, 정부 스스로 정부 안의 저금리 고수론 등 정책적 혼선을 정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