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승 논설위원
유레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편안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문화권이나 개인마다 차이가 나지만, 통상 첫 만남에선 팔을 쭉 뻗어 닿을 거리인 90㎝ 안팎이 적당한 거리라고 한다. 동물 세계와 마찬가지로 ‘개인 영역’은 인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중요한 열쇳말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 연구자인 에드워드 홀은 개인 영역을 친밀도에 따라 구분한다.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가족과 연인 등은 ‘밀접한 거리’(45㎝)를 허용하는 관계이고, 오랜 친구처럼 꽤 가까운 사이는 45~120㎝ 안팎의 ‘개인적 거리’를 유지한다. 그 이상의 ‘사회적(또는 공적) 거리’는 일반적인 타인과의 만남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다.
일상에서 문제가 되는 건, 공식적 거리에 있어야 할 타인이 개인적 거리를 침범했을 때다. 이 경우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불쾌감을 느끼고, 영역 침해를 적극 방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입증한 연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승객이 뜸한 지하철 객차를 관찰하면 예외없이 좌석의 맨 끝자리부터 사람이 앉고, 길거리에서 낯선 이가 50㎝ 이내로 접근하면 열 중 아홉은 급히 혹은 은근슬쩍 물러선다는 실증 연구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프리허그’(free hugs) 운동이 상륙했다. 모르는 사람끼리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안아주자는 취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청년이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이 급속히 번지면서 세계 주요 도시 길거리마다 이 캠페인이 한창이란다. 미국에서 이 운동을 처음 시작한 이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포옹은 가장 적극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하나다. 최소한의 영역 보호 본능을 포기하는 것이니, 서로 절대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과 신뢰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길거리의 ‘낯선 포옹’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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