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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라살림가족살림] 기업 담합의 이익 방정식과 소비자 / 신종원

등록 2006-10-22 22:13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나라살림가족살림
지난 1999년 중고등학교 교복 값이 지나치다는 주장이 학부모들에 의해 제기됐다. 당시 교복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이른바 유명 브랜드 3사의 교복 가격은 동복 한 벌만 20만원이 넘었고, 여기에 하복, 여벌의 바지나 치마를 마련하려고 하면 학생 한 명에 교복 값만 30만~40만원을 훌쩍 넘어가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었다. 대구의 학부모들이 시작한 문제 제기가 전국으로 퍼졌고, 와이엠시에이(YMCA) 등 시민단체들에 의해 ‘교복가격 절반으로 내릴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건 교복 공동구매 운동으로 확대되었다. 전국적으로 1천여곳의 중고교가 교복 공동구매에 참여하는 성과를 만들어낸 교복 공동구매 운동은, 같은 원단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고도 절반 가격인 10만원 안팎에서 교복 구입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이 운동이 진행되면서 유명회사 교복 값이 크게 인하되기도 하였고, 뒤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교복 3사의 가격 담합행위와 교복 공동구매 운동을 방해하는 부당행위를 적발해, 100억원 안팎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졌다. 뒤이어 시민단체들은 직접 교복을 비싸게 구입한 소비자들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3525명이 참여한 소송에서 지난해 6월 기업 짬짜미(담합)에 따른 손해배상으로는 최초로 2억여원의 승소 판결을 얻어내었다.

가장 심각한 시장 교란행위 중의 하나인 기업들의 담합행위는 다수 소비자에게 끼치는 피해가 매우 크고 직접적이다. 그럼에도 이를 효율적으로 통제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다. 은밀히 이루어지는 짬짜미의 특성상 적발이 쉽지도 않을뿐더러, 적발이 된다 하더라도 담합행위로 얻는 이익에 비해 부담하는 징벌과 책임이 너무 경미하다. 짬짜미 기간에 얻은 이익이 부담을 크게 웃돌아, 징벌이 예방적 기능을 거의 할 수 없다. 교복 가격 짬짜미 사례의 경우를 보더라도, 짬짜미에 의해 비싸게 교복을 구입한 피해 소비자는 적어도 200만명에 이르고 소비자들의 누적 피해액은 1천억원대가 넘는데, 기업이 부담한 과징금은 100억원 정도다. 더구나 짬짜미 기업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자체에 대해 소송을 내어 몇년째 시간을 끌고 있고 나아가 부과된 과징금 역시 경감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에 짬짜미 행위의 직접 피해자인 소비자들의 수백억원대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은 정부나 기업 누구도 거론조차 하지 않는 상황이고, 특히 수백만명의 소비자들이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 없다. 기업들의 담합행위에 따른 이익과 부담을 계산하는 방정식은 너무 쉬운 형편이다. 사실상 기업 짬짜미가 가능하기만 하면 큰 이익을 보장해주는 사회적 담합구조가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담합행위 적발 사례가 21건이었고 이 사례에 국한된 소비자 피해액만도 9970억원에 이르러 2004년과 견주어 3배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며칠 전에도 세탁·주방용 세제 업체들이 1997년 이후 여덟차례에 걸쳐 가격 짬짜미를 해 온 것에 대해 공정위가 410억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내렸다. 이 경우 역시 약 4천억원으로 추산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처리 문제가 남는다.

기업이 담합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얻었을 경우, 부당한 이익의 전부 혹은 그 이상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배상과 같이 소비자의 직접 참여를 보장하는 방식이거나 또는 형사보상제도를 참고한 소비자 보상제도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규제 당국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업의 짬짜미 유혹을 끊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방정식을 마련할 때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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