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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핵폭풍 / 조일준

등록 2006-10-12 20:39수정 2006-10-12 20:41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2005년 9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에 휘말린다. 북한이 미국과 아슬아슬한 힘겨루기 협상 끝에 핵 폐기에 합의하면서 사태는 진정된 듯하다. 그런데 몇 달 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의 반체제 세력으로부터 극비 제의를 받는다. 남북이 합동으로 김정일을 제거하고 한반도 자주통일 혁명을 꾀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감춰둔 사실이 드러나고, 미·일·중·러 등 주변 4강이 개입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전개된다.

지난해 8월 출간된 〈핵폭풍의 연가〉라는 가상 소설의 도입부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낱말을 제목으로 묶은 이 소설은 현존 정치인들이 실명으로 나오는데다 도발적 발상과 튀는 문체로 꽤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문학적 묘사와는 별개로 실제 핵무기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핵폭발의 위력은 열·폭풍·방사능 등 3대 에너지의 총합이다. 최초 100만분의 1초 안에 태양 표면온도의 1만배인 섭씨 6천만도의 고열과 막대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거대한 불덩어리는 주변 공기를 급속히 팽창시켜 순간시속 1000㎞에 이르는 핵폭풍이 발생한다. 폭발은 또한 엄청난 양의 산소를 태워버리는데, 이에 따른 대류상승으로 폭심지는 일시적인 진공상태가 된다. 곧이어 주변의 공기가 엄청난 속도와 압력으로 빈자리로 빨려들면서 시속 400㎞ 안팎의 폭풍이 다시 모든 것을 쓸어버린다. 열복사에 이은 후폭풍이다. 철근·시멘트 파편·유리조각 등 온갖 물질이 불붙은 총알처럼 휘저으며 날아다니는 모습은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일 터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한편에선 핵실험의 규모와 진위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그러나 핵 위협에 못지않게 경계해야 할 것은 이성적 판단이 날아가버린 자리에 파고들 수 있는 흥분과 극한 대결의 광풍이다.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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