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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법의 해석 / 조일준

등록 2006-09-28 21:52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기원전 18세기 함무라비 법전의 한 구절이다. 단순하고 야만적인 보복법의 상징 같지만, 본디 뜻은 범죄자가 피해자에게 끼친 손해만큼만 응보를 받는다는 것, 곧 보복의 범위를 한정하고 복수의 악순환을 방지한 원칙이었다. 아랍의 오랜 관습법으로 내려온 이 규정은, 중개무역과 유목을 경제기반으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정복전쟁을 벌이거나 동맹을 맺었던 역사적 환경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예언자 무함마드(570~632)의 계시와 설교를 집대성한 〈코란〉은 이슬람 교리뿐 아니라 정치·경제·외교·가정생활 등 삶의 원리와 태도를 제시하는 절대 규범이다. ‘무슬림’은 ‘신께 복종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무함마드의 가르침은 당시로는 혁명적일 만큼 평화·평등주의를 지향했다. 그러나 코란도 세월이 흐르면서 다양한 전승과 수많은 해석을 낳았다. 무함마드 사후 2세기가 채 안 돼 그의 언행록인 ‘하디스’가 약 70만개나 됐다고 한다. 대부분 권력자와 율법학자들이 개인적이고 분파적인 목적을 이루려 위조한 것이었다.

이슬람 세력이 유럽의 기독교 세력과 부닥치면서 많은 오해와 악의적 왜곡도 생겨났다. ‘한 손엔 칼, 한 손엔 코란’이란 표현도 이슬람에 호전적 이미지를 덧칠했지만, 기독교 십자군 원정의 와중에 스콜라 철학의 대부 토마스 아퀴나스가 한 말로 알려졌다. 코란은 “종교에는 강요가 없나니 진리는 암흑 속에서부터 구별되니라” “만약 저들이 싸움을 단념하면 너희도 적대행위를 멈춰야 하느니라”라고 가르친다. 지금도 이슬람 내부에서는 급진주의와 온건개혁파 간에 논쟁이 진행 중이다.

법의 해석과 적용은 때로 칼보다도 무서운 법이다. 법을 다루는 이들은 자신들이 ‘정의’라고 확신하는 것들을 ‘양심’과 ‘인권’의 거울에 비추고 또 비춰볼 일이다.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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