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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교황의 ‘지하드’

등록 2006-09-17 21:08

역사적으로 이슬람 정복자들은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예언자 무함마드는 유대교와 기독교 사회를 지배할 때 이렇게 포고했다. “유대인과 기독교인은 모욕과 무례함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유롭게 그들의 종교를 실천할 수 있다.”(휴스턴 스미스, <세계의 종교>) 이슬람 학자들은 이를 인류 역사상 양심의 자유를 인정한 첫 사례로 평가한다.

하지만 기독교계는 끊임없이 ‘호전적인 이슬람’을 덧칠해 왔다. ‘한손에 코란, 한손에 칼’이란 말이 대표적이다. 무슬림들은 ‘전장에서도 경전의 가르침을 잃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만, 서방에선 ‘종교적 신념을 무력으로 전파하라’는 정반대 의미로 해석한다. ‘지하드’란 말도 그렇다. 무슬림들은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할 때’ 사용한다. 우리말로 치면 ‘노력, 투쟁, 분투’ 정도다.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 직장일에 충실한 것, 군인이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것 모두가 일종의 지하드다. 그러나 서방에선 성전(성스러운 전쟁), 나아가 테러와 동일시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슬람 비판 발언으로 곤경에 처했다. 독일 방문길에 ‘칼을 통해 믿음을 전파하는 사악한 것’이라는 옛 황제의 말을 인용해, 이슬람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부른 것이다. 그는 교황에 선출된 뒤 첫 강론에서 ‘그리스도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전통적인 교회 중심 구원관을 분명히 드러냈다. 모든 종교가 구원의 길을 갖는다는 상대주의나 종교다원주의와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선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재임 기간 내내 종교의 화해를 추구했다. 동방 정교회와 이슬람 사원, 유대교 회당을 방문하고 전세계 종교 지도자 모임을 주선했다. “종교를 이유로 다른 종교를 비난하거나 분쟁을 일으키는 것은 종교 자체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음은 물론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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