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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도박사의 오류 / 김회승

등록 2006-09-03 18:10

김회승 논설위원
김회승 논설위원
유레카
매우 지적이고 내성적이며, 사색과 독서를 즐기는 대학생이 있다. 다음 중 그의 전공은? ①철학 ②경제학. 확률적으로는 ②번이 정답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수가 철학 전공자보다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①번을 선택하는 이들이 더 많은데, 이를 심리학에선 ‘대표성의 오류’라고 한다.

순전히 수학적 확률을 따질 때도 비슷한 착각이 나타난다. 예컨대 딸만 셋인 사람은 다음번엔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넷째가 아들일 확률은 여전히 2분의 1이다. 확률적으로 모든 사건은 앞에서 일어난 사건과 독립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동전 던지기에서 10차례 연속 앞면이 나왔다면, 그 다음엔 뒷면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평균 확률로 수렴하는 자연스런 통계적 현상이다. 11번째 시도만 보면 여전히 반반이지만, 11차례 연속 앞면만 나올 확률은 2048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평균 회귀’를 기대하기 힘든 게 도박의 확률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잭팟이 터질 확률은 200만에서 400만분의 1이고,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무려 815만분의 1이다. 잭팟을 터뜨리거나 로또 1등에 당첨되지 못한 횟수가 수천번에 이른다 해도, 그것이 다음번 시도의 결과에 끼치는 영향은 확률적으로 거의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돈을 잃은 횟수가 많을수록 다음엔 돈을 딸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는 ‘도박사의 오류’에 종종 빠진다. 얼마 전 성인오락실에서 자기 돈을 많이 먹은 기계를 빼앗겼다고 칼부림을 부린 것도 이런 착각에 연유한다.

역설적으로 도박의 매력은 이처럼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의 확률에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대박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많은 이들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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