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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마녀사냥 / 조일준

등록 2006-08-31 22:01수정 2006-09-01 20:27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마녀사냥은 15세기에서 18세기까지 300여년 동안 유럽 전역에서 진행됐다. 끔찍한 고문 끝에 화형대에 매달린 희생자는 수만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마녀는 하느님을 부정하고 으스스한 밤에 집단적으로 악마를 숭배하고 난잡한 성행위를 하거나 악마의 힘을 빌려 사술을 부리기도 하는 것으로 믿어졌다.

마녀는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이유로도 숱하게 양산됐다. 우선, 권력집단이던 고위 성직자와 신학자, 법률가 등 지배계층이 만들어낸 악마 이론과 마녀 이야기가 민중의 공포심을 자극해 광적인 마녀사냥을 낳았다. 사법제도의 지방 분권화, 재판권의 정-교 분리도 한몫했다. 고소·고발이 없더라도 풍문이나 심증만으로 혐의자를 재판에 넘기고 사법관에게 고문할 권리까지 준 심문재판 제도는 마녀사냥 확산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희생자들은 할머니, 농민, 여성 등 힘없는 계층이 대부분이었다. 마녀가 꼭 여성들만은 아니었다. 16~17세기 스페인 아라곤 지방에서 고소된 마녀의 43%는 남자였다. ‘마녀’는 명사의 성이 구별된 서양어를 그렇지 않은 우리말로 옮기면서 관례로 굳어진 단어다. 마녀사냥은 19세기 들어 증거재판주의와 고문 제한, 지식 발전 등에 힘입어 점차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현대에도 또다른 의미에서 마녀사냥은 여전하다.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은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신문을 비롯한 수구세력은 걸핏하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집단을 친북이니 반미니 좌파니 하며 마녀사냥으로 몰아간다. 인터넷 공간에서 유행하는 ‘○○녀’ 딱지 붙이기도 연성화한 마녀사냥일 수 있다. 최근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테러와의 전쟁을 “새로운 파시즘 위협에 맞서는 것”으로 표현했다. ‘악의 축’에 이은 또 하나의 정치적 수사다. 지배세력은 늘 위협요소를 가공해내는 법이다.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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